▲ 법인법을 두고 조계종과 갈등을 겪고 있는 재단법인 선학원 전경. ⓒ천지일보(뉴스천지)

몸싸움까지 발생… 대화 창구 없이 갈등만 키워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법인관리법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회가 지역별 분원장 간담회를 열고 ‘반(反)조계종’ 의사를 분명히 밝혀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구지역 분원장들은 최근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보성선원 대웅전에서 회의를 통해 재단이사회의 결의를 전폭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조계종 종정 진제스님이 “종단과 뜻을 함께하라”는 지시를 사실상 무시한 결과를 보여 탈종(종단 탈퇴)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고 있다. 급기야 대전에서 열린 분원장 간담회에서는 심한 몸싸움이 일어나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구지역 분원장 33명은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 제정‧공포와 관련해 법인관리법에 동의할 수 없다, 종단은 더는 (재)선학원에 간여하지 말라, 선학원 이사회의 결의를 전폭 지지한다, 정화의 이념을 존중하라 등 4개항으로 구성된 결의문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선학원 측은 비공개로 간담회를 진행한 가운데 호법부 상임감찰과 취재진의 접근을 일절 막았다.

중앙종회의원 정범스님 등은 보성선원 입구에서 ‘분원장 스님들은 종정스님의 시중을 받들어 주십시오’ ‘제적원 제출은 종단을 배반하는 행위이다. 즉각 철회해 종단과 함께해야 한다’는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선학원 분원장 회의는 조계종과 선학원의 힘겨루기 현장이었다.

지난 25일 정범스님은 대전 심광사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선학원 측과 격한 몸싸움이 벌인 가운데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정범스님에 따르면 선학원 소속 스님에게 얼굴을 두세 차례 가격당했고, 발에 걸려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스님은 “절 안에 들어가지도 않고 밖에서 임원진에 부당함을 분원장들에게 호소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폭력을 휘둘렀다”며 “정말 당황스럽다. 회의가 끝난 후 병원에 가 봐야 하겠다”고 밝힌 후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이송됐다.

◆“종단, 선학원 회의 방해 졸렬”

이런 가운데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은 기관지인 ‘불교저널’을 통해 “종단이 분원장과 임원진 간 분열을 기도하고 회의를 방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석한 분원장 스님들이 100%의 지지를 보여 감사하다”며 “(임원의 제적원 제출이) 전체 분원장의 뜻이 아니라는 종단의 주장이 맞지 않다는 게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경남지역분원장 회의에 참석한 법진스님은 “호법부가 임원진에 대해 3차 등원 통지까지 했다”며 “분원장들에 대해선 회의에 참석하는 자체를 해종 행위로 몰고 있는 등 졸렬한 방법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계종이 대화의 창구로 공개토론을 제의한 것과 관련, 선학원 측은 삼화도량과 총무원장 공개토론이 성사될 경우 참석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다만 법인관리법을 입안한 자승 총무원장이 직접 나올 것과 회의 전 과정을 편집하지 않는 조건에서 공개토론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선학원 분원장 회의 참석률 저조 ‘비상’

3일간 열린 간담회 참석률이 과반에도 못 미쳐 선학원 이사회가 뒷심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학원은 지난 25일 개최된 대전충청‧전라지역 분원장 간담회에는 소수만 참석했다. 불교저널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에는 19명의 분원장들이 참석해 이 지역 전체 분원 98곳 가운데 20%에도 못 미치는 참석률을 보였다. 부산(32명)과 대구(33명) 지역 참석자들도 예상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선학원 측은 앞으로의 일정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오는 30일 예정된 서울경기‧강원지역 분원장 회의에 비상이 걸렸다. 분원장 회의에서 과반 이상의 동참을 얻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임원징계 추진 등 압박수위 높여

한편 조계종은 법인관리법을 지난 16일 자로 공포했다. 이어 총무원 호법부는 “선학원 분원장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분종과 탈종을 기도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해 압박수위를 높였다. 호법부는 선학원 임원진이 제적원을 제출한 사건을 도당을 형성해 종헌종법을 문란케 하고 탈종하려는 기도로 보고 멸빈 징계를 호계원에 요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총무부장 정만스님은 이달 중순 기자회견을 열고 “오로지 이사장과 이사로서의 기득권만을 더욱 확고히 하겠다는 선언”이라며 “이사장 법진스님을 비롯한 선학원 임원들의 탈종을 통한 기득권 유지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도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종정 진제스님은 시중(示衆)을 통해 “조계종과 선학원은 그 뿌리가 하나”임을 재천명하고 “종헌종법에 따라 문제를 엄중하고 단호하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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