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벌써 70여 년 가까이 최장수로 집권해오고 있는 북한의 조선노동당원 숫자는 얼마나 될까. 인구에 비하면 약 10%로 계산할 수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연초 발표한 ‘2013년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 따르면 2013년 기준 북한의 인구는 2490만 명으로, 인구수에서 세계 202개국 가운데 49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어느 나라도 자국의 인구를 과학적으로 유엔에 보고하는 나라는 없다. 북한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북한의 인구는 2000만 명 정도면 양호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북한에서 2013년 말을 기점으로 핸드폰 보유자가 노동당원의 숫자를 넘어섰다. 현재 북한 주민들 중 핸드폰 보유자는 280만 명을 상회한다. 이 정도 됐으면 노동당 지배도 흔들릴 때가 되었건만 북한의 독재체제는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난해부터 경제개발구 설정을 남발하고 있는 북한 당국자들에게 먼저 조선노동당부터 ‘개혁특구’로 지정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왜냐하면 조선노동당이 개혁되면 북한 전체가 순식간에 개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개발구 설정의 목적은 간단하다. 기존의 사회주의 ‘계획경제식’으로는 도저히 안 되니 이제 새로운 자본주의식 경제발전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 이른바 경제개발구다. 2013년 5월 29일 채택된 ‘경제개발구법’은 북한 전역에 경제특구를 확대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바,이는 북한의 경제특구정책이 새로운 단계(phase 2)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개발구법은 총 7장 62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개성공업지구법’보다는 ‘나선법’의 구조와 유사하다.

이제까지의 북한 경제특구는 모두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북한 사회와 엄격하게 분리 또는 단절한 것인데 비해 경제개발구법은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필요에 따라 지역을 정해 경제특구를 창설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북한은 13개의 경제개발구를 발표하였는 바 경제개발구,공업개발구,수출가공구,농업개발구,관광개발구로 그 유형이 나뉜다. 경제개발구법은 경제특구의 전국적 확산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인 기반으로 중국의 예에 비추어 보면 점에서 선/면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아가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3일 평양시, 황해남도, 남포시, 평안남도, 평안북도 등에 6개의 경제개발구와 신의주 특구를 ‘국제경제지대’로 추진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이 발표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작년 11월 압록강경제개발구, 신평관광개발구, 만포경제개발구, 위원공업개발구 등 경제개발구 13개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6곳을 추가해 경제개발구는 모두 19곳으로 늘었다.

정령에 따르면, 북한은 국가과학원이 있는 평양시 은정구역 위성동, 과학1동, 과학2동, 배산동, 을밀동의 일부 지역에 은정첨단기술개발구를 추진한다. 북한이 평양 지역에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최첨단 기술개발을 하는 ‘종합센터’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또한 북한은 황해남도 강령군 강령읍에는 강령국제녹색시범구를 세운다. 이곳은 사람의 발길이 가지 않은 지역으로 자연생태환경보전에 대한 국제관광지역으로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북한은 평안북도 신의주시 일부 지역에 조성하는 ‘특수경제지대’를 ‘신의주국제경제지대’로 결정했다. 1991년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를 설치했던 것과 비슷한 조치로 외자를 유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변하지 않는 노동당의 자세다. 해방 직후 미국의 한 언론인은 한국을 방문한 뒤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성공한다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혹평한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주의와 한강의 기적은 오늘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경우 “원자로에서 진달래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희망”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조선노동당을 ‘개혁특구’로 지정하고 노동당이 중국 공산당처럼만 변하면 진달래꽃은 능히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이 달라지고 노동당이 달라지면 북한이 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