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안동남경찰서 112종합상황실 경사 권세욱

양을 치는 소년은 심심풀이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친다.

마을주민들은 자신들의 생업을 뒤로한 채 소년과 양들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지만 결국 소년의 심심풀이 거짓말에 허탈해하며 산을 내려온다. 거짓말이 계속되면서 마을주민들이 일구던 곡식과 가축들은 메말라가고 주민들은 더 이상 소년의 외침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다.

얼마 전 112·119등 긴급전화에 366차례 허위신고를 한 50대 남자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죄로 구속됐다고 한다.

이 남자는 ‘자살하려고 약을 먹었다’ 등의 내용으로 허위신고를 밥 먹듯이 반복하고 ‘수술비 1000만 원을 달라’ 등 억지민원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전화를 받는 담당자에게 심한 욕설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경찰관·소방관은 위 이솝우화 속 양치기소년처럼 거짓을 외치더라도 신고현장에 사력을 다해 달려간다. 만의 하나라도 있을지 모르는 위급한 처지의 국민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자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허위신고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심각하지만 정작 허위신고를 하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르는 듯하다. 마치 우화 속 양치기 소년이 자신의 심심함을 해소하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마을주민들이 그 가족들을 위해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일구던 곡식과 가축이 말라가게 했던 것처럼 말이다.

허위신고의 내용에 따라, 대규모의 경찰력과 관계기관 특수인원의 투입은 물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폭발물을 설치했다’ 이 짧은 문장 하나로 수십 또는 수백 명의 경찰력과 폭발물 처리요원, 군부대, 행정기관까지 모두 현장에 나가야 하며 설치 의심장소 한곳 한곳의 모든 의심이 해소될 때까지 수색하고 또 수색해야한다. 이 과정에 소요되는 예산은? 그 돈은? 그렇다. 우리 모두의 주머니에서 나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경제적인 손실에 앞서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경찰력이 허위신고에 낭비되는 동안 나 자신 또는 내가족의 위급한 구조요청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찰에서는 어른이 되지 못한 이러한 ‘양치기소년’들을 필벌하고 있으며, 허위신고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까지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경찰의 적극적인 대응과 더불어 나와 내 가족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의 실천이 간절히 요구되는 시점이라 할 수 있겠다.

국민 안전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양치기 소년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는 성숙한 사회가 멀지 않았음을 기대해본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