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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국재난구호 조성래 이사장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조건없는 희생이 진정한 봉사입니다.”

19일 전라남도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한국재난구호 조성래 이사장. 수척해 보이는 그의 얼굴은 이곳 팽목항의 현실이 어떠한지를 한눈에 알게 해줬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었다.

조 이사장이 이곳 팽목항에 온 지도 벌써 100일이 돼간다. 지난 4월 세월호 소식을 들은 그는 재난 시 필요한 물품을 챙긴 후 18일에 팽목항으로 달려왔다. 그날로부터 실종자 가족을 위해 구조·구호활동을 펼쳐왔다. 그는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실종자 가족들의 식사를 챙겨주며 팽목항을 지켰다.

지난 1995년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이후 시작된 재난구호작업. 국내는 물론 해외의 재난지역에도 한걸음에 달려가는 그이기에 우리나라의 재난구호 시스템의 현실을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컨트롤 타워는 세월호 사고 당시에도 없었고 지금도 없습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된 선진국은 컨트롤 타워가 잘 돼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치원 수준 이하입니다.”

조 이사장은 관계부처에 컨트롤 타워의 중요성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지만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나라 봉사의 90%는 보여주기식”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물론 봉사자의 태도도 미흡하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해주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대부분 ‘개인플레이’로 행동합니다. 총괄자의 지시가 있음에도 봉사자는 자신의 생각을 먼저 앞세웁니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300여 명의 봉사자를 만났지만 자신을 낮추고 봉사를 한 사람이 10명도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선진국의 봉사자들은 총괄자의 지휘대로 일을 한다고 전했다.

또 봉사자들이 자신의 이름, 소속 등이 적힌 명찰을 항시 착용해 맡은 일에 충실히 한다고 그는 말했다.

조 이사장은 “‘봉사’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필요를 충족해 주는 것이며 ‘헌신’이란 조건 없는 봉사를 말한다”면서 “나 한 사람을 희생해서 상대를 살리는 게 진정한 봉사자의 마인드”라고 설명했다. 이는 마치 땅에 떨어진 밀알이 썩으면서 수많은 열매를 맺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봉사 정신을 외면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봉사와 헌신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 재난현장에 바로 투입되다보니 자신의 성격이 먼저 나옵니다. 재난으로 인해 가슴 아프고 울고 있는 사람들에게 ‘제2의 상처’를 안겨주는 겁니다. 컨트롤 타워가 이를 통제해야 하지만 부재로 인해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 가운데 한국재난구호는 스스로를 낮추고 또 낮춰 실종자 가족들에게 따뜻한 밥을 대접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단체는 태풍 ‘너구리’ 북상 당시에도 한결같이 실종자 가족들의 주위에 있었다.

“태풍이 몰려온대. 당장 팽목항에서 철수해야 해!” 너구리가 북상한다는 말에 군청 직원과 관계자들은 몽골텐트 등 시설물을 임시 철거하느라 분주했다. 또한 많은 봉사 단체도 태풍으로 인해 인근으로 몸을 피해야 했다.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은 팽목항을 떠날 수 없었다. 하늘이 우는 듯 비가 강하게 퍼부었고 파도가 심하게 일고 있었지만 바다에 홀로 있을 실종자들을 생각하니 가족들은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한국재난구호도 마찬가지였다.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차가운 비를 맞으며 따뜻한 음식을 만들었다.

9일 오후 9시께 태풍이 북상 예정이었지만 팽목항에는 오지 않았다. 실종자들을 지키겠다는 가족들의 마음이 하늘에 닿은 듯 보였다.

이후 실종자 가족과 팽목항에 있는 많은 사람은 한국재난구호의 따뜻한 마음을 알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한국재난구호가 최고의 상담사”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단체는 언제나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저 말없이 뒤에서 가족들의 건강을 보살펴 주고 있었다.

그리고 바람과 파도가 실종자들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듯 단체도 묵묵히 팽목항을 지키며 실종자들이 빨리 구조되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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