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온갖 악행을 다 저지르고 다니던 곽해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차츰 변해가기 시작했다. 약자들의 구세주가 되었고 비록 범죄자일지라도 그를 찾아오면 기꺼이 숨겨 주었다.

곽해 누이의 아들이 그의 세력을 믿고 자주 횡포를 부렸다. 술집으로 끌고 간 상대가 먹기 싫어하는 술을 억지로 먹이자 상대가 곽해의 조카를 칼로 죽여 버렸다. 수배가 내려지자 상대는 스스로 곽해 앞에 나타나 자초지종을 말했다. 곽해는 잘못은 자기 조카에게 있다면서 그를 풀어 주었다.

곽해의 명성은 세상에서 더욱 높아졌다. 그의 협기를 칭찬하며 따르는 자가 점점 많아졌다.

곽해가 외출을 하면 사람들은 길을 비켜 주었다.

어느 날이었다. 책상 다리를 한 채 곽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 곽해는 부하를 시켜 그 사람의 이름을 알아오도록 명령했다. 부하 중 한 명이 곽해가 그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난 것으로 생각하고 그를 죽이려고 했다. 그것을 안 곽해가 그를 말렸다.

“내가 사는 곳에서 존경을 못 받는 것은 내 수양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런 다음 마을의 관리를 찾아가서 조용히 부탁했다.

“저 사람은 내게는 귀한 사람이다. 병력 교체 때에는 명부에서 빼 주게.”

그 결과 병력 교체 시기가 와도 그는 병역 의무를 면했다. 더구나 관리는 그 사람에게 병역 면제금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관리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고 나서야 곽해의 부탁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즉시 곽해 앞에서 상반신을 드러내고 지난날의 잘못을 빌었다. 그 이야기가 전해지자 젊은이들은 더욱더 곽해를 존경하게 되었다.

낙양 사람으로 서로 원수처럼 지내는 두 사람이 있었다. 마을의 유력자가 차례로 열 사람이나 중재에 나섰지만 상대들은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곽해에게 중재를 요청해 왔다. 곽해는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몰래 상대방들의 집을 찾아가 설득에 나섰다. 그들은 겨우 곽해의 설득에 응하게 되었다.

곽해는 설득할 때 이렇게 말했다.

“이번 문제는 낙양의 많은 유력자들이 중재에 나서도 매듭지어지지 않았다고 들었소. 다행히도 그대는 내 중재에 응해 주었소. 그러나 내가 이 고장의 유력자들을 제쳐 놓고 중재했다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오.”

그렇게 말한 그는 그날 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돌아가며 다시 말했다.

“내가 나선 중재에는 응하지 않은 것으로 하고 내가 돌아간 뒤에 마을의 유력자 가운데 누구를 세워 그 사람의 설득에 응한 것으로 해 주오.”

곽해는 언제나 겸손한 태도로 외출할 때에는 말을 타는 일이 없었으며 마차를 탄 채 관가에 들어가는 일도 없었다. 남의 부탁으로 이웃 관가에 진정하러 갈 때에는 이쪽이 정당할 경우라면 반드시 그 일을 성사시켰다.

만약 무리라고 생각되는 경우라고 의뢰자가 납득하도록 가능한 한 온갖 수단을 다했다. 그러고 난 뒤에야 비로소 자신도 음식을 먹었다.

그렇기 때문에 각지의 유력자들도 곽해에게 존경을 나타내고 그를 도우려고 기꺼이 나섰다. 매일 밤만 되면 마을의 젊은이들이나 가까운 고장의 유력자들이 곽해의 집을 방문했다. 그들은 곽해가 숨겨두고 있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자기 집에서 돌보겠다고 청하는 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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