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참전유공자회 구장회 서대문구지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6.25참전유공자회 구장회 서대문구지회장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1953년 7월 27일 서부전선의 한 전투지역. 동족 간에 죽고 죽이던 비극의 현장에 드디어 휴전 소식이 날아들었다.

“아! 이젠 살았구나.”

당시 상황을 담담하게 풀어내던 6.25참전유공자회 구장회(79) 서대문구지회장은 전우들의 죽음을 떠올리자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6.25 전쟁 이야기만 하면 눈물부터 난다는 구 지회장. 휴전이 체결되던 날 그는 장단·사천강 지구에서 중공군에 맞서 사투를 벌이던 중이었다. 휴전이 이뤄진 때는 이미 많은 전우가 적탄에 사라져간 뒤였다.

“전우들이 ‘아 이젠 고향에 갈 수 있겠구나’라며 서로 껴안고, 만세를 부르면서 울부짖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주 저항선에서 적군과 마주 바라보면서 담배를 나눠 피우던 생각도 납니다.”

구 지회장이 6.25 전쟁을 만난 때는 그의 나이 16세 때였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살던 그는 휘문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전쟁 발발 후 3일째 되던 날 통장으로부터 “전쟁 났다. 피난 가라”는 말을 듣고 피난길에 올랐다. 그러나 이미 한강 철교가 폭파된 뒤였다. 아비규환이었다. 마포로 와서 배 하나를 빌려 타고 한강을 건넜다. 어머니와 누이는 피난 중 공습을 받아 헤어지고 말았다.

그는 홀로 부산까지 걸어서 피난했다. 석 달 열흘이나 걸렸다. 부산에선 밥을 얻어먹으면서 버텨야 했다. 걸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이었다. 그가 군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53년 3월 부산 광복동에서 해병대 지원병 모집 공고를 본 후였다. 그는 해병대에 입대하기로 결심했다.

진해 해병대 훈련소에서 훈련을 마친 뒤 동부전선 백마고지 전투에 배치됐다. 뺏고 뺏기는 전투 끝에 백마고지를 탈환했다. 이어 서부전선 장단·사천강 지구로 이동해 휴전 때까지 중공군과 싸웠다.

구 지회장은 “지금까지 휴전 상태로 이어온 것이 참으로 꿈만 같다. 통일을 이루지 못한 게 한이 된다”며 “아직도 휴전선에서 북한과의 쌍방 경계 속에 많은 후배 전우들이 불철주야 경계근무를 서면서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전후 세대에 대해 “아직도 휴전 상태라는 것을 인식해서 투철한 안보 정신을 갖추고,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책임 있는 젊은이로 살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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