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예루살렘 인근 모데인에서 이-팔 교전 중 숨진 이스라엘 군인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이 군인의 약혼녀가 오열하고 있다(위). 2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주요 이슬람 사원에서 이스라엘 군의 공격으로 숨진 한 팔레스타인 가족의 장례식이 열린 가운데 가족과 친지들이 하마스 깃발로 감싼 17구의 희생자 시신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아래). (사진출처: 뉴시스)

교황 중재로 회동 가졌지만
한달 지나 가자사태 발발

개신교 내 공습 규탄 잇따라
“이·美·EU 동시 압박해야”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이 보름 넘게 지속되며 희생자가 660명을 넘어섰다. 개신교 내에서는 팔레스타인 인권 보호 및 이스라엘군을 규탄하는 메시지와 제스처가 잇따르고 있다.

◆개신교 곳곳에서 분쟁 규탄 목소리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이달 초 성명을 발표하고 “근거 없는 선동 및 종교를 이용한 극단주의가 이스라엘인들과 팔레스타인인들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쟁 당사자들을 규탄했다.

국내에서는 팔레스타인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시민단체들이 연합한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네트워크’가 지난 22일 ‘팔레스타인과 한반도 한국기독교 평화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신학세미나를 열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해 다뤘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제안’을 발표하고 한국교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앞서 이 단체는 NGO단체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공습을 중단하라”며 이스라엘 군을 규탄한 바 있다.

개신교 청년들은 ‘팔레스타인의 평화와 정의를 위한 게릴라기도회’를 열고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 중단을 촉구했으며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총회장 박동일 목사)는 논평을 발표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정부는 무력충돌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와 협상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샬롬을 꿈꾸는 나비행동(대표 김영한 박사)’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상생공존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교황, 이-팔‘ 평화기도회’ 열었지만…

가자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6월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 수장이 평화협상을 위해 손을 잡은 적도 있다. 그러나 이 회동은 이달 가자사태가 발발하며 실질적인 평화를 이뤄내지 못한 퍼포먼스에 그쳤다.

지난달 8일 이스라엘 시몬 페레스 대통령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은 로마 교황청에서 평화기도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 페레스 대통령은 “우리는 반드시 폭력과 분쟁을 종식시키고 ‘대등한 입장에서의(between equals)’ 평화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압바스 수반도 ‘예루살렘에 평화가 실현된다면 온 세계에 평화가 목격될 것’이라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주님께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를 간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결국 분쟁은 벌어졌고, 국내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휴전 중재 노력에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멈추지 않고 있으며 희생자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팔 분쟁, 3대 종교 성지 때문에 촉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의 직접적인 계기는 1948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독립 국가를 건설하면서부터 시작됐다.

팔레스타인은 현재 이스라엘을 포함해 레바논, 시리아, 요르단, 시나이반도를 접하고 있는 지중해 동쪽 인근을 가리킨다. 이 지역 출신의 아랍인들을 흔히 팔레스타인이라고 통칭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에 걸림이 되는 최대 쟁점은 종교다. 기독교와 유대교, 이슬람교의 3대 성지가 결집된 동 예루살렘의 주권 다툼이다.

이곳에는 기독교 성지로 예수무덤성당과 십자가의 길(비아 돌로로사)이 있고, 유대교의 성지는 예루살렘 성전인 로마군에 의해 폐허가 되고 남은 성전 외벽인 ‘통곡의 벽’이 있다. 또 이슬람교 성지로는 통곡의 벽 위쪽 언덕에 있는 바위 돔과 알 아크사 사원이 있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슬람 4대 성지 중 한 곳이다.

이 같이 종교적인 문제로 민감한 지역인 동 예루살렘에 대해 유엔은 1948년 이스라엘의 독립과 동시에 ‘동 예루살렘은 국제관할 아래둔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차지했고, 이후 팔레스타인과의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로마 교황청은 이 문제에 대해 ‘국제적으로 보장된 특별 지위를 부여하자’라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수용되지 않고 있다.

◆“권력 때문에 전쟁, 피해자는 민중”

박성원 세계개혁교회 전 사무총장은 “팔레스타인 문제는 국제사회가 세계 시민사회의 힘을 결집해서 압박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을 압박함과 동시에 미국과 유럽연합을 함께 압박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지난 22일 팔레스타인 관련 신학 세미나에서 제안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권력 때문에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우익연합정권이 들어서 자기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전쟁의 수위를 조절하고, 팔레스타인 역시 정치권력과 정치세력의 권력적 전략에 의한 팔레스타인 민중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김용복 YMCA 생명평화센터 사무국장(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팔레스타인 크리스천들이 2011년 발표한 선언문을 들어 “이것이(선언문이) 곧 희망의 담론이 될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선언문에는 ▲모든 전쟁은 학살임으로 모든 전쟁을 불법화할 것 ▲국가기관과 국가연합기관은 전쟁 실행의 권리 없음 ▲생명평화의 지구적 연대 엮어갈 것 ▲모든 어린이와 젊은이들을 ‘피스 메이커’로 세울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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