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째인 24일 “세월호 참사는 기본적으로 일반 교통사고”라고 발언했다. 주 의장은 이날 열린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야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세월호 참사의 성격을 ‘일반 교통사고’ 수준으로 평가한 것이다. 집권당 정책위의장이 바라보는 세월호 참사의 성격이 이 정도라면 문제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초기만 해도 새누리당은 몸을 한없이 낮췄다. 마치 야당이 된 것처럼 정부의 안이한 초동대처를 비판하며 어린 영령들 앞에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기회 있을 때마다 국정혁신을 요구했다. 이때만 해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나 진상조사위가 가동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봤다. 그러나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선전하고 이번 7.30 재보선에서도 자신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미 100일이나 지난 지금, 처음의 눈물을 잊은 것일까. 새누리당의 잇단 강경 발언이 오히려 당혹스럽다.

얼마 전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 심재철 위원장의 카카오톡 메시지가 충격을 준 바 있다. 심 위원장은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 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이라며 특별법 제정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비록 자신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진실을 왜곡하고 정부의 무능을 망각한 이런 글을 공유하며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인 것은 위원장으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이 이번에는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까지 나서서 노골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일반 교통사고’ 수준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주 위원장 메시지의 핵심은 한마디로 정부의 잘못이 없다는 점이다. 심재철 위원장과 같은 맥락이다.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들이 단식을 하고 도보 행진을 하며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이 얼마나 무심하고 무책임한 발언인가. 집권당 지도부의 인식이 이럴진대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가 제대로 작동되겠는가. 이번에도 소모적인 정치공방전으로 귀한 시간만 흘려 보내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세월호 참사 초기 박근혜 대통령은 팽목항으로 달려가서 유가족들을 끌어안고 반드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대국민사과에서는 눈물까지 보였다. 이런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과 새누리당 지도부의 오만한 태도가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그렇게도 세월호 피해자 유가족들이, 그리고 국민이 우습게 보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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