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이 전남 순천에서 발견된 가운데 유 전 회장이 도피 중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를 검찰이 확보해 법원 증거물로 제출했다고 22일 밝혔다. 메모는 거울을 봐야 제대로 읽을 수 있게 거꾸로 쓰여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전남 순천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도피 중에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를 검찰이 확보했다.

22일 검찰은 유병언 전 회장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31쪽 분량의 메모를 법원에 증거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메모는 지난 5월 말 유병언 전 회장이 순천 송치재 별장을 빠져나올 때 검찰에 붙잡힌 개인 비서 신모 씨가 보관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는 검‧경 수사에 대한 조롱과 언론을 향한 불만 및 유년 시절의 회고 등이 적혀있다. 독특한 필체도 눈에 띈다. 거울로 비춰봐야 읽을 수 있는 방식이다. 유병언 전 회장은 지난 1991년 상습사기 혐의로 4년간 복역한 뒤로 이와 같은 형식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병언 메모에는 “첫날은 신OO 선생 댁에서 지내다가 짧지만 곤한 잠에 휴식을 취했었다”라고 돼 있다. 이는 지난 5월 말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도피한 뒤 경기도에 있는 신 씨의 집에서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또 “가녀리고 가냘픈 大(대)가 太(태)풍을 남자처럼 일으키지는 않았을 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남자들이 저지른 바람일 거야. 과잉 충성스런 보필 방식일 거야”라는 글이 적혀있다.

여기서 ‘大(대)’는 대통령을 뜻하고,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참모진을 가리킨다고 구원파 신도들은 주장하고 있다.

유병언 전 회장은 메모에 “아무리 생각을 좋게 가지려 해도 뭔가 미심쩍은 크고 작은 의문들이 긴 꼬리 작은 꼬리에 여운이…”라며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병언 전 회장은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됐다”며 수사를 펼치는 검‧경을 조롱했고, “정말 마음에 없는 잡기 놀이에 내가 나를 숨기는 비겁자 같이 되었네”라며 신세를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도 강하게 어필했다. 메모에는 “연일 터져대는 방송들은 마녀사냥의 도를 넘었다”며 “하도 많은 거짓말들을 위시해서 미쳐 날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설쳐대는 거짓소리들을 내고”라며 언론을 향해 비난했다.

한편 유병언 전 회장은 지난 6월 12일 순천 송치재 별장으로부터 2.3㎞ 거리에 있는 매실밭에서 발견됐다. 유 전 회장은 노숙인 차림의 반백골 상태로 심하게 부패된 채 발견됐다. 22일 순천경찰서는 시신의 지문과 DNA를 검사한 결과 유병언으로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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