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권 논설위원

 
#‘국회의원들을 청문회에 세우거나, 아니면 청문회도 선거도 다 없애라!’

이전투구가 계속되는 정치판 뉴스를 접하면서 이처럼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이 많다. 각 정당은 무조건 이기고 보자는 듯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그 사이에 국가개조’ ‘국가혁신운운하며 여야 공히 의미를 부여했던 세월호특별법은 타협이 안 돼 표류중이다. 15개 국회의원 선거구에 55명의 후보자가 나서 미니총선판이라 불릴 정도로 덩치가 커진 7.30 재보선. 국민에게 희망의 빛을 안겨주지도, 따뜻이 기댈 언덕도 보여 주지 않는데.

대의제 민주주의 하에서 지역 일꾼을 대표로 뽑는 것이 국회의원 제도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사생결단식 승리지상주의에만 젖어 아무 연고도 없는 곳에 정치 철새들을 또 공천했다. 생소한 지역에 투입된 후보들이 많다. 그러다보니 돌려막기·졸속공천·졸속공약 논란이 일고 있다. 어떻게 재원을 조달해, 언제, 얼마의 자금으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아니면 말고식 뻥튀기 공약이 대다수다. 국회의원은 시장이나 군수 같은 행정집행기관이 아니다. 그렇다면 지방자치 단체에 압력을 넣거나 회유해 탈선시키겠다는 것인가. 실제 약속 이행은 안 되더라도 일단 질러서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것인가. ‘공약(公約)’인가, ‘공약(空約)’인가. 일부 후보들이 무슨 해결사처럼 나선 게 우습다. 남은 임기동안 목에 깁스한 채 군림하기 위해, 앞으로 수많은 특권을 누리기 위해 애써 웃고 일부러 허리를 굽하는 모습이 역력하지 않은가. 위장된 얼굴들, 그 가증스러운 가면을 벗어 제쳐주고 싶지 않은가.

새정치민주연합 권은희(광주 광산을) 후보는 배우자 재산 축소의혹이 불거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조세회피를 위한 유령회사가 아니냐고 공격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권 수사과장의 수사과정 소신 폭로는 정당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매달린 돼지가 누운 돼지 나무란다는 속담처럼 정책 선거를 외면하고 모두 네거티브 공세에 목을 매는 것만 같다. ‘권 후보의 정의(正義)’와 도덕성을 폄훼하기 위한 꼼수라면 오히려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새누리당 김용남(수원병) 후보도 재산을 축소 신고했다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맞불을 놓은 상태다.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두관 후보는 2012년 경남도지사까지 사퇴하고 대선에 나서 한 때 돌풍을 일으킨 대권주자다. 그가 국회의원 배지 하나를 달기 위해 남해에서 참으로 멀리 김포에까지 찾아와 출마했다. ‘선당후사라는 눈가림 사자성어를 내세우며 동작 을에 출사표를 던진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는 연고가 있다는 것을 강변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동작구의 작명소에서 자신의 이름을 지었다는 말까지 하고 있어 실소케 한다. 서울 강서구 출신으로 중구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그다. 새누리당은 소록도에서 봉사 활동 중인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를 찾아가 동작을 지역에 출마해달라고 십고초려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를 끝끝내 뿌리치고 만 김 전 지사가 우리의 뇌리에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기만을 바란다. 당선만 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나선 사람들을 배제하자. 당선되고 나면 그들을 청문회에 세울 수도 없다. 오히려 청문회에서 그들이 장관후보자에게 따지고 다그치는 ()’으로 바뀐다. 맑고 깨어 있는 눈으로 잘 뽑아야 한다.

#혈액형별 성격 분류를 믿지 말자. 일본 규수대가 미국인과 일본인 1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혈액형이 성격은 물론, 취향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나 상관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다고 한다. 혈액형과 성격을 결부하는 사고방식은 유독 한국과 일본에서만 널리 퍼져 있다. 이는 1970년대 일본에서 출판된 혈액형 관련 책이 인기를 끈 데 따른 것이다. 그러니까 “A형은 성실하나 소심하다거나 “B형은 자기중심적이다는 얘기는 이제 하지 말자.

한의학에서 말하는 사상체질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딱히 소음인, 태음인, 소양인, 태양인이라는 네 형태로만 구분한다는 게 무리인 것 같다. 필자의 경우도 한의원에 따라 달리 판정돼 도대체 헷갈린다. 몸에 맞는 음식도 한의원마다 다르니 도대체 도움이 안 된다. 범위를 넓히면 좌우익 대결도 그렇고, 특정 지역 출신이라면 무조건 배타적으로 대하는 지역 정서도 그렇다. ‘홍명보키즈나 해외파가 아니면 국가대표가 되기 어려운 축구대표팀이 그렇고, 인사풀을 비박()’이나 야권까지 넓히지 못하는 현 정권의 수첩인사’ ‘밀실인사’ ‘노란봉투 인사가 그렇다. 진영 논리, 흑백 논리를 넘어서지 못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민은 혼란스럽다.

때마침 유병언의 시신이 발견됐다는 발표에 어리둥절해진다. 경찰은 초동수사 때 왜 지문감식에 실패했으며, 40일이나 되도록 유전자를 검찰과 공유하지 않았는가. 또한 왜 진작 유전자 감식 의뢰 사실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려주지 않았는가. ‘긴 여름을 향한 술래잡기라는 유병언의 도피 중 메모를 보면 그가 겨울점퍼를 입고 벙거지 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부터 납득이 되지 않는 등 의심스런 점이 한 둘이 아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점들을 향후 사법기관이 속 시원히 파헤쳐줘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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