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이생진(1929~  )

맨발로 시를 읽는다
시도 맨발이다
우이도에 오면 신발이 귀찮아
신(神)도 신을 벗는다
신과 사람이 맨발이다
자연을 껴안듯 신을 껴안는다
신이 시(詩) 같고
시가 신(神) 같다

[시평]
인간만이 ‘신발’을 신는다는 사실, 이가 바로 인간이 두 발로 서서 다니는 유일한 동물임을 입증해준다. 그러나 인간도 처음에는 신을 신지 않았던 때가 있었으리라. 인류의 삶에 문명이라는 것이 시작되면서, 자연에의 저항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사람들은 신발을 만들어 신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맨발’은 자연 그대로를 의미하는 가장 적합한 상태가 아니겠는가. 인간의 발에 가죽으로 만든 신을 처음 신기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인가. 그래서 인간을 자연과 분리시켜놓은, 그래서 자연을 다스리려 한, 그 때는 언제인가.
‘시’는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경지를 지향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맨발’로 시를 읽고, 시도 또한 ‘맨발’이라고 말하고 있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그래서 자연 그대로의 섬 우이도에서는 문명의 상징인 신을 자신도 모르게 벗어지리라. 그러면 신(神)도, 시(詩)도 맨발이 되어 모두 모두 자연으로 동화가 되리라. 신(神)도, 사람도, 시도 맨발이 되는 그 자연의 상태, 어쩌면 오늘의 모두가 희구하는 세상 아니겠는가.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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