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 언론정보연구소장

 
얼마 전 미국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면에 야구 또는 축구냐?’라는 제목으로 야구와 축구를 인생과 비교하는 에세이가 실렸다. 고정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이 글은 2014 브라질월드컵이 막을 내린 시점에서 야구와 축구에서 나타나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인생과 대비시켜서 쓴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축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상황에서 보통 미국인들이 가장 즐기는 대표적인 스포츠인 야구와 비교했다.

브룩스는 야구는 팀스포츠이지만 본래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빨래줄 안타를 치고, 필드에서 볼을 잡는 것은 엄밀한 개인 활동으로서, 이러한 개인 활동들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팀이 승리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축구에 관해서는 페널티킥 등 일부를 빼고는 개인 활동들이 거의 없고 공간을 점유하고 통제하는 집합적인 게임이라면서 공간과 위치를 지능적이고 효과적으로 잘 운용하는 팀이 이길 수 있다고 밝혔다. 브라질이 독일에 대패를 했던 것은 개인기가 뛰어난 브라질 선수들이 공간 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데 반해 독일 선수들은 브라질 골대 가까이 볼을 근접시키며 충분한 공간 운용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야구와 축구의 종목적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하면서 브룩스는 우리의 일상생활이 야구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축구를 하는 것과 흡사하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이러한 점은 축구처럼 현실의 모습을 제대로 알려면 최고의 지혜가 필요한데, 사건이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를 느끼고 가장 현명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의식적인 추론보다는 상상력을 가미해 연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구에서는 출루율 등 경기 데이터에만 의존하면서 예측 모델을 선호하지만 축구는 공간 활용을 측정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고 승부 결과에도 잘 반영되지 않는다며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고 덧붙였다. 또 마지막으로 축구는 90분간 고뇌의 꿈을 이루기 위한 게임이라며 어딘가를 찾아 가지만 제대로 꿈을 이루지 못하며 좌절된 꿈을 안고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비단 야구와 축구만 인생으로 비유할 만한 것인가? 스포츠 종목들은 인생의 삶을 생각게 하는 많은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 골프의 경우 많은 철학적 사유와 신념 등을 갖게하는 운동이다. 골프는 그 어느 누구도 정복을 할 수 없는 끝없는 게임이어서 인간이 만든 게임 중 가장 위대한 운동으로 간주하면서 어려운 만큼 도전의식을 갖게 해주고 언제나 새로운 목표를 향해 자신의 한계를 계속 전진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골프는 인생이다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인생에 자주 비유되는 것에는 바둑도 있다. 바둑은 361개 점에 흰 돌과 검은 돌을 번갈아 놓는, 단순하고 정적인 게임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수만 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따라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승부와 단순함 뒤에 감춰진 복잡한 규칙은 인생 이야기를 다루기에 적격이라는 것이다. 등산과 인생의 비유도 의미가 깊다.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등산은 인생의 종적과 똑같다고 말한다.

스포츠와 인생을 비유하는 말들에는 스포츠 자체의 기본 철학과 인생의 깊은 뜻이 같이 녹아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공정성, 경쟁성, 일관성, 페어플레이 등의 다양한 스포츠적 가치는 바로 인생을 대하는 인식과 비슷할 수밖에 없다. 다만 스포츠라는 경기 규칙을 통해서 인생의 여러 가치가 보이지 않게 내포되어 있다는 것뿐이다.

사람들이 스포츠를 관전하며 웃고 울면서 즐기는 것은 일상의 찌든 삶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카타르시스적인 행동이면서도 인생의 자아 성찰을 도모할 수 있는 윤리적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스포츠 종목을 통해서 사회적 문화 구성 요소와 생각, 행동 등을 배우고 익히며 내면화, 사회화 되는 과정의 하나가 스포츠 즐기기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전 세계인들은 각기 다른 도덕과 윤리의 생태적인 환경에 살고 있을지라도 세계화된 언어인 스포츠를 통해 서로 다른 삶을 이해하며 공감을 확산하는 네트워크 사회에 속해 있다. 따라서 스포츠는 인생의 의미를 깊게 해주는 활력소라고 아니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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