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시설관리팀 발견… 종단협 “당황스럽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회원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걸어둔 노란리본을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청계천에서도 노란리본이 묶인 줄이 10여 곳 이상 잘려나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청계천 노란리본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의 극락왕생과 실종자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세월호 아픔을 국민과 함께 나누고자 추진했다. 노란리본줄이 지난 20일 오후 5시 50분께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절단돼 땅바닥에 나뒹구는 것을 서울시시설관리공단 시설관리팀 조장 등이 발견해 신고했다.

◆“날카로운 도구로 잘려나간 듯”

서울시시설관리공단 소속 박기호 청계천시설관리반장은 “근무 교대를 하던 과정에서 교대자인 시설관리팀 조장이 줄이 잘린 채 바닥에 뒹구는 것을 발견했다”며 “발견 후 공단상황실에 보고하고 즉각 줄을 다시 매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무게나 바람을 견디지 못해 자연적으로 끈긴 것과는 달리 줄은 날카로운 도구에 의해 잘려나갔다”며 “잘린 곳은 10여 군 데로 내가 4~5군데를 이어 묶고 조장이 5군데 정도를 이어 묶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국민이 함께 아픔을 나누기 위해 설치된 노란리본이 땅바닥에 놔둘 수는 없어 다른 줄에 이어 매달았다”며 “누가 그런 행위를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잊지 않겠다는 국민의 마음이 땅바닥에 뒹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100일 추모재 후 서울시에 전달”

노란리본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한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스님, 천태종 총무원장 춘광스님,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정사, 종단협 사무총장 홍파스님 등 국내 불교지도자들과 종단협 초청으로 방한했던 중국과 일본,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몽골, 네팔, 호주,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9개국 스님과 불자들의 리본도 매달려 있었다.

종단협 사무국장 각우스님은 “청계천 노란리본줄이 잘렸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바로 가서 확인했다”며 “국민이 세월호 아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설치한 줄을 날카로운 도구로 잘렸다는 것에 당황스러웠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스님은 “사건 발생 당일 청계천 인근에서 보수단체의 집회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누가 노란리본이 달린 줄을 잘랐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 “노란리본은 24일 열리는 세월호 100재(100일 추모재) 후 서울시 기록관리팀으로 전달하기로 이미 협의를 마친 상태다. 그때까지 잘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20일 일간베스트저장소 한 회원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서울 노량진역 일대에 걸어둔 노란리본을 훼손하고 인증샷까지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일베에는 “오늘 아침 노량진역 주변 육교 나무에 달아 놓은 노란리본 전부 제거한 것 인증샷 올린다”는 내용의 글과 인증 사진이 게재됐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