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경찰의 DNA 감식결과 유병언으로 추정된 변사체가 지난달 12일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신촌리의 모 야산 밑 밭에서 변사체를 처음 발견한 마을 주민이 아직 현장에 남아있는 변사체의 머리카락과 뼈조각을 가리키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꿈 같은 사랑’ ‘글사랑’ 글씨, 스쿠알렌 병
유품만 봐도 구원파 소속 추측 가능한데
40일간 지문 검증… 무연고자로 DNA 감식
논란 일자 경찰 ‘미흡한 초동수사’ 바로 인정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로 지명수배에 올랐던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정 시신이 사실로 확인됐다.

22일 오전 우형호 순천경찰서장은 브리핑을 열고, 지난 6월 12일 오전 9시 6분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한 남성 시신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40일간 시신을 검증한 결과, 오른손 지문 일부가 유병언 전 회장과 일치하고 시료 감식 결과 DNA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변사체 발견 장소는 지난 5월 말까지 유병언 전 회장이 머물렀던 곳으로 확인된 송치재 별장으로부터 2.3㎞ 떨어진 곳이다.

▲ 22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를 전남 순천의 모 장례식장에서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옮기기 위해 엠블런스에 옮겨 싣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브리핑에서 순천 과학수사팀장은 오늘(21일) 새벽 일부 드러난 지문이 유병언 전 회장의 지문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40일이나 걸린 이유는 변사체의 부패 정도가 80%에 가까웠기 때문에 통상적인 기간보다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해당 시신을 무연고자로 분류해 시료 DNA 검증이 빠르게 진행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날 바로 출동했으나 부패가 심해 신원 파악이 어려워 다음날 6월 13일 광주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경찰은 시신의 대퇴부 일부를 1차 부검 실시한 결과 어젯밤(21일) 경찰청으로부터 변사체 DNA가 유병언 전 회장 DNA와 거의 일치한다는 감정결과를 구두로 받았다고 말했다.

▲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으로 추정되는 변사체가 발견된 가운데 22일 오전 순천경찰서에서 유 전 회장 추정 변사체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된 유류품이 사진으로 공개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경찰의 초동수사의 미흡점도 발견됐다. 이날 경찰은 브리핑에서 변사체가 입고 있던 상의 검은색 점퍼는 고가의 이탈리아제며, 신발도 고가 일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품 중에는 유병언이 과거 옥중에서 쓴 ‘꿈 같은 사랑’ 글귀와 구원파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글사랑’ 글씨가 적힌 가방 및 구원파 계열에서 만든 스쿠알렌 병이 발견됐다.

유품만 보더라도 충분히 구원파와 연계성이 짙으며 무연고자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값비싼 옷과 신발이다. 때문에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로 불필요한 경찰동력이 낭비됐다는 지적이 일자 우 서장은 “초동수사를 완벽하게 이행하지 못했다”고 바로 인정했다.

또 시신이 부패될 정도로 긴 시간동안 변사체 장소를 파악하지 못한 점에 대해선 “그곳은 은거장소라고 볼 수 없어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전날 21일 검찰은 유병언 추정 시신 DNA 감식을 하면서도 6개월짜리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받아낸 것으로 알려져 감식과정이 검찰수뇌부에 제대로 보고되지 못했다는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 22일 경찰이 지난달 12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발견된 변사체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지난 1992년 세모 사기사건 선고공판, 오대양사건 관련해 대전지검에서 조사받고 있는 사진 (사진출처: 연합뉴스)

앞서 최초 발견자 박모(77) 씨는 “시신은 상당히 부패됐고 주위에 막걸리 병 등 술병이 많이 놓여 있었으며 노숙자 옷차림에 검정 파카와 검정 면바지를 입고 있었다. 또 반듯하게 하늘을 바라본 채 누운 상태로 고개만 돌려져 있었고, 흰색 운동화가 벗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현재 국과수는 변사체가 유병언 전 회장이 맞는지 정확한 확인을 위해 2차 정밀 부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타살 흔적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독극물 검사를 진행 중이다. 빠르면 하루 이틀 내 부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유병언 전 회장의 이동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등의 수사를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병언 추정 사체 사실로 발견됐다는 소식에 네티즌들은 “유병언 추정 사체 사실로 발견 충격” “유병언 추정 사체 반백골로 발견됐다던데” “유병언 추정 사체 발견, 노숙자처럼 보였다니 충격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