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에서 감동적인 사연이 있는 인물, 전문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 사건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집중적으로 만납니다. 이런 인물 인터뷰와 함께 화제가 되고 있는 내용을 집중적으로 취재하는 ‘People & Focus’를 연재합니다.
▲ 지난 8일 서울 마포 홍대 인근에 위치한 심현정 음악감독의 작업실에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심현정 음악감독. ⓒ천지일보(뉴스천지)

심현정 음악감독 ‘지구의 눈물’ OST 모음 발매
자연이 들려주는 순리의 메시지
체코 현지 풀 오케스트라 선율
다큐멘터리 감동 그대로 담아

[천지일보=이현정 기자] 시간이 지날수록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 북극의 광활한 얼음대지는 더 이상 북극곰 가족의 일로만 보기 어렵다. 녹아내리는 빙하로 인해 사냥을 포기하는 최고의 사냥꾼 이누이트의 처연한 슬픔은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곧 닥칠 인류의 재난을 가늠케 한다.

이밖에도 생태계와 고유문화를 위협받고 있는 아마존, 극심한 가뭄에 영혼까지 메말라가는 척박한 땅 아프리카, 인간 본연의 순리를 일깨워준 황제펭귄과 남극 동물들의 터전 남극까지. 광활한 자연 생태계가 문명에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에게 전하는 순리적 삶을 통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MBC 다큐멘터리 시리즈 ‘지구의 눈물’이 종영 2년 만에 OST 모음 앨범으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매 시리즈 OST 작업을 맡았던 심현정 음악감독의 감성적인 선율이 전달하는 서정적이고 서사적인 멜로디의 집합체 ‘지구의 눈물’ OST 앨범을 통해 당시의 감동을 다시 떠올려보자.

한국영화음악의 대표적인 고전 선율이 된 영화 ‘올드보이’ OST의 ‘미도의 테마(The Last Waltz)’로 대중과 영화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 심현정 음악감독.

재즈와 클래식, 팝을 넘나드는 음악적 역량은 물론이고 멜로와 코미디, 느와르 등 다양한 장르를 음악적으로 소화하는 폭넓은 영상 감성의 소유자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심현정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작업한 ‘지구의 눈물’ 앨범이 지난달 30일 발매됐다.

이번 앨범은 체코의 70인조 풀 오케스트라의 생생한 선율과 다큐멘터리 시리즈에서 받았던 감동 그 이상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작업실에서 만난 심 감독은 “‘지구의 눈물’ OST는 그전까지 선보였던 영화음악과는 다른 느낌이다. 자연과 인간, 온 우주를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였던 ‘지구의 눈물’ 시리즈는 스케일에 걸맞게 악기구성부터 남달랐다”라고 회상했다.

다큐멘터리 포맷 자체가 범위가 넓고 광활했기 때문에 심 감독은 웅장한 선율을 선보이기 위해 오케스트라를 구성해 작업을 진행했다.

또 무엇보다 그녀가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줬던 강한 임팩트 음악보다 서정적 멜로디 라인을 통해 영상에서 미처 다 끌어내지 못한 감성적 요소를 시청자에게 전달한 심 감독의 음악들은 그녀의 폭넓은 영상 이해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 최초로 300일간 북극을 기록한 감동 다큐 ‘북극의 눈물’ OST의 특징은 무엇보다 서정적인 오케스트라 선율과 이누이트 특유의 전통 소리를 생생하게 담은 것이다.

제작진은 이누이트 민속 노래를 직접 전문 녹음실에서 녹음해 와 심 감독에게 전달했다.

사라져가는 이누이트의 전통문화에 애착을 갖고 생활방식을 담으려 노력한 제작진의 열정과 독특한 소리 발성방식은 심 감독을 감동시켰다.

이에 당시 OST는 서정적 멜로디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심 감독의 다양한 영역대는 ‘아마존의 눈물’에서 그 진가를 발휘한다.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원주민의 삶과 지구의 허파로 불릴 만큼 큰 열대 우림을 표현하는 데 주력했다.

심 감독은 “본연의 모습을 살아가고 있는 아마존을 표현하기 위해 서양악기를 지양하고 현재 찾아보기도 힘든 아마존의 전통 악기들을 찾고 음색을 들어가며 작업했다. 아마존의 민속 악기들은 음계가 특별하기보다는 자연의 소리를 모방한 음계가 많아 자연의 소리인지 악기 소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라고 말했다.

그녀는 테마 라인을 만들지 않고 선율, 화음, 리듬을 벗어나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실험적 방식을 선택했다.

결국 ‘태초의 소리’라는 모티브를 통해 음악은 영상과 꼭 맞는 앙상블을 선보였고 원시가 전하는 감동의 메시지는 시청자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가뭄으로 메말라가는 척박한 땅 ‘아프리카의 눈물’에서는 생존을 위해 투쟁하는 부족민의 희로애락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오케스트라 연주로 표현했다.

눈물 시리즈의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남극의 눈물’은 심 감독도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히며 폭풍감동을 받은 작품이다. 심 감독은 눈물 시리즈 이전에 주로 영화계를 주 무대로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이미 촬영된 영화 영상 본을 토대로 음악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혼자서 작업실에 앉아 수십 번 영상을 보며 음악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눈물 시리즈 역시 영상 본을 보며 그에 맞는 음악색을 찾아나갔다.

▲ MBC 다큐멘터리 ‘지구의 눈물’ 시리즈 스틸 컷. 심현정 음악감독은 매 시리즈마다 OST작업을 진행했으며 이번 ‘지구의 눈물’ OST 모음 앨범을 발매했다. (사진제공: 문화방송)

남극이라는 장엄한 대자연을 표현하기 위해 Jan Chalupecki 지휘자가 이끄는 Czech National Symphony Orchestra의 선율을 이번 앨범에 담았다.

이전 세 작품을 통해 생태계나 동물들의 사연을 안타깝게 느끼며 감동을 받았다면 시리즈의 마지막인 ‘남극의 눈물’을 통해선 인간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했다. ‘저 부족’이 아닌 ‘나 자신’이 됐고, 황제펭귄의 절절한 부성애를 통해 부모 혹은 나 자신, 그리고 가족과 지인을 뒤돌아보게 하면서 ‘아 결국은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겸허함을 느꼈다는 심 감독.

“먹고 먹히는 비정한 생태계 안에서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런 거대한 자연의 법칙 안에 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이는 자연의 순리를 잊고 문명에 기대어 살아가는 나 자신에게 겸허함과 숙연함을 느끼게 했죠.”

심 감독은 최근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추계예대 컨템포러리미디어뮤직학과에서 미디어영상음악에 꿈을 가진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여성가족부 지정 사이버멘토링 대표 멘토 20인에 선정돼 청소년에게 문화·예술을 통한 감성적·정서적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배우 임수정‧유연석 주연의 영화 ‘은밀한 유혹’을 통해 심 감독의 새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지구의 눈물’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영역대를 선보이며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심 감독. ‘마치 선물과도 같았던 행복한 작품’이라고 표현할 만큼 눈물 시리즈를 사랑한 심 감독의 마음이 담긴 ‘지구의 눈물’ OST 앨범.

‘지구의 눈물’ OST 앨범은 현재 그녀의 다양한 활동 영역만큼이나 대중과 소통하려는 음악감독으로서의 의무와 자연으로부터 받은 겸허함이 담긴 우리 시대의 자기계발서와도 같은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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