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호주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사상 첫 8강 진출 성과 커… 관중유치 아쉬움으로 남아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달 5일부터 14일까지 10일간 펼쳐진 2014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린 가운데 국내외적으로 대단히 성공적 개최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애인올림픽의 꽃이라고도 불리는 휠체어농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4년마다 열린다. 장애인스포츠계에서는 축구월드컵과 같은 비중 있는 대회인 셈이다. 브라질월드컵의 인기에 가려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개최국인 한국은 세계휠체어농구연맹과 장애인올림픽위원회 등의 주요 임원진으로부터 역대 그 어느 대회보다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극찬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한국은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역사상 첫 8강 진출, 6위 기록의 신화를 썼다. 이번 선수권대회는 대륙별 예선을 거쳐 출전권을 따낸 세계 16개국 휠체어농구선수들이 참가해 두 차례의 예선라운드와 8강 토너먼트를 거치며 뜨거운 투혼을 불태웠다.

대회 우승은 호주가 미국을 63-57로 이기고 2연패를 차지했으며, 준우승은 미국, 3위는 터키가 했다. 호주의 골게터 숀 노리스는 대회 MVP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으며, 한국의 가드이자 3점슛의 귀재 오동석은 올스타 베스트 파이브(2.0등급)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번 선수권대회는 기존 12개국에서 총 16개국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의 대회이면서 동시에 세계휠체어농구연맹(IWBF) 총회도 함께 진행돼 그 어느 때보다 큰 의미를 지녔다.

마린 오차드(캐나다) 직전 회장이자 신임 사무총장은 “12년간의 임기 중 마지막 대회를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치러 만족스럽고 너무 행복하다”고 감격해 하면서 “이번 대회를 계기로 한국 등 아시아의 휠체어농구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많은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차드 전 회장은 박진감 넘치는 게임과 기술적인 면을 이번 대회 최고의 장점으로 꼽았다. 또한 그는 모든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친구가 되고 성취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밀한 준비 속에 운영한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을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경미한 안전사고 없이 치러진 점에 대해서도 완벽하다고 손을 치켜세웠다.

울프 머렌스 신임 세계연맹 회장 역시 이번 대회를 성공적인 개최로 평가했다. 머렌스 회장은 “이번 대회 운영 수준을 볼 때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 역시 기대가 크며 성공적으로 치를 것이란 확신이 든다”면서 특히 다른 것보다도 선수들이 쇼핑할 수 있는 접근성을 최고 수준으로 꼽았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고 조직을 정비해 연맹이 보다 발전적인 운영을 해 휠체어농구 선수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휠체어농구가 미발전한 남미 쪽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회 기간 중에 방문한 필립 크레이븐 국제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위원회(IPC) 위원장 또한 극찬을 했다. 크레이븐 위원장은 “휠체어농구는 관중과 함께 호흡하며 즐거움을 함께할 수 있는 훌륭하고 위대한 스포츠”라며 “이번 경기는 기술이나 조직적인 면에서 그 어느 대회 못지않게 치밀하고 세심하게 잘 준비된 모범적인 대회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 1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5-6위전에서 한국 휠체어농구 대표팀이 이탈리아에 패한 뒤 응원해 준 관중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이같이 대회 운영에서는 극찬을 받았지만, 관중유치에서는 아쉬운 부분으로 지적받았다. 휠체어농구는 선진국에는 널리 보급된 ‘장애인스포츠의 꽃’으로 스피드, 박진감, 역동성, 고난도 기술 등 스포츠의 진면목이 다 응축돼 있다. 마침 온 지구촌이 월드컵축구 열기로 뜨거운 때였는데, 공교롭게도 대회 기간이 겹쳤다.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는 낮지 않았지만, 예상대로 관중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스포츠에 가려진 그늘이 너무 짙었다.

또한 많은 휠체어장애인들이 경기장에 직접 와서 경기를 즐기지 못했다. 대회의 사실상 주인공이라 할 지체장애인들 대부분이 경기장을 찾지 못하자 대회조직위관계자들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나 이를 해결할 이동 수단이 없었다. 이유는 전국의 장애인용 특수차량들이 한국을 찾은 세계 16개국 휠체어농구선수들의 수송에 전부 사용됐기 때문.

갑자기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선진국들처럼 버스 등 일반 대중교통수단이 휠체어장애인들이 이용해 이동할 수 있도록 편의 시설을 갖추게 될 날을 기다려봐야 할 일이다. 조직위에서는 할 수 없이 그 대안으로 조직위 홈페이지를 통해 모든 경기를 인터넷 생중계했다. 꽤 예산이 소요된 부담스런 일이었지만 그나마 그것으로 작은 위안은 됐다.

우리 사회는 아직 일반인의 장애인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낮은 실정이다. 휠체어농구 저변도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런 상황에서 한국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고 5-6위전에 나가는 쾌거를 이룩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란전, 15점차라는 엄청난 점수 차를 이를 악물고 투혼으로 극복하며 선수들이 대역전극을 만들어냈다. 2라운드에서 맞붙은 한일전에서도 숙적 일본을 사상 처음으로 이긴 점도 또 하나의 쾌거다.

이같이 대회조직위원회가 ‘또 하나의 월드컵’인 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한국 장애인스포츠사의 의미 있는 한 획을 그었다.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는 뜨겁고 열정적이었으며, 코트 밖에서는 따뜻하고 화목한 스포츠정신과 화합의 한마당을 아낌없이 연출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