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10시 53분께 광주시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아파트 단지 인근 인도에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수습 중인 현장의 모습. 비가 오고 있어 우산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탑승자 5명 전원사망ㆍ여고생 1명 경상
지난 14일부터 수색지원 후 복귀하던 길
대형참사 막으려 ‘잔디밭 추락’ 유도한 듯
노후헬기 논란… 소방방재청 “교체시기 아냐”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에 소방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전원사망하고 여고생 1명이 부상을 당했다.

17일 오전 10시 53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 고실마을 아파트와 성덕중학교 후문 인근 잔디밭에서 헬기가 추락해 폭발했다. 헬기는 머리 부분을 땅으로 향해 추락했다. 헬기 잔해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심하게 파손됐다. 아파트에 있던 한 주민은 폭발연기가 20층까지 치솟아 올랐다고 증언했다.

추락한 헬기는 강원소방본부 제1항공대 소속 AS-350N3 기종이다. 이번 사고로 탑승자 5명은 전원사망했다. 사망자는 정성철(52, 조종사) 박인돈(50, 조종사) 신영룡(42, 구조대원) 이은교(31, 구조대원) 안병국(39, 정비사) 씨다. 조종사는 8년 이상의 헬기 경험이 있는 베테랑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사고로 현장에서 100m 정도 거리까지 헬기 파편이 튀면서 버스정류장에 있던 여고생 1명이 가벼운 부상을 당했다. 해당 여고생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헬기 탑승자들은 지난 14일부터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세월호 참사’ 현장 수색작업을 지원하고 복귀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17일 오전 10시 49분 광주 비행장을 이륙해서 강원도 강릉시 본부로 가는 도중 불과 4분 뒤인 오전 10시 53분에 추락했다.

▲ 17일 10시 53분께 광주시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아파트 단지 인근 인도에 소방헬기가 추락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수습 중인 현장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특히 사고 지역은 신흥택지지구인 수완지구로 아파트, 원룸, 상가 등이 밀집된 지역이며, 현장에서 10~15m 거리에는 학교가 있다. 조금만 방향을 잘못 틀었어도 대형참사가 이어질 수 있는 곳이다.

조종사는 마지막 추락하기 전까지 조종대를 놓지 않고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 방향을 잔디밭 으로 유도한 것 같다고 목격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미애(48, 수안지구 고실마을 주민) 씨는 “세월호 사건 이후 또 이런 사건이 내 지역에서 일어난 것에 대해 너무도 안타깝고 불안하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은 말 뿐인지, 제발 불안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고 헬기는 2001년 유로콥터에서 생산된 구조용 헬기로 국내에 도입돼 13년간 쓰였다. 일각에선 노후헬기를 사고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기엔 어려워 보인다.

소방방재청 항공구조대 관계자는 전화통화에서 “헬기마다 부속품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연한은 정해져 있지 않지만 통상적으로 20년이 넘으면 교체를 한다”며 “사고 헬기는 13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노후됐다고 볼 순 없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광주에서 비가 왔고 기상악화로 시야확보가 어려워 헬기가 추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CCTV 및 블랙박스에 찍힌 모습을 본 헬기전문가들은 기체결함이 있는 것 같다는 해석도 내 놓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블랙박스 수거에 주력하고 있다.

▲ 17일 10시 53분께 광주시 광산구 장덕동 수완지구 아파트 단지 인근 인도에 소방헬기가 추락하고 있는 모습이 블랙박스에 잡혔다. (사진출처: YTN)

한편 소방대원들은 오래된 소방구조물품 및 차량 등이 제때 교체되지 못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꾸준히 불만을 제기해 온 바 있다. 현재 소방관은 지방직으로 분류돼 지방자치단체의 시‧도별 특성에 따라 지원을 받고 있다. 소방업무 지원은 지자체의 인식 정도에 따라 다르며 더군다나 지자체 지원 우선순위에서 대부분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소방 공무원 관련 모임인 ‘대한민국 재향 소방 동우회’는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돌려달라며 최근 대국민 홍보 리플릿 발행 계획을 밝혔으며 ‘소방관처우개선100만서명국민운동본부’는 서명운동과 함께 국회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광주 추락 헬기 사고 소식에 네티즌들은 “광주 헬기 추락 1시간 전 숨진 소방관 페북 내용, 국가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내용” “광주 추락 헬기 사고, 세월호 수색 지원나왔다가 복귀 차에 웬 날벼락” “광주 추락 헬기 사고, 아까운 인재 5명을 한 순간에 잃었다” “대형참사를 막기 위해 잔디밭을 찾기까지 고군분투했을 소방대원들 정말 가슴이 미어져온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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