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길

김효경(1961~ )

뗏목을 타고 낙타를 타고
코끼리를 타고
붉은 태양을 타고
빗소리를 타고
눈물을 타고
혼자 가는 먼 길

 

[시평]
아무리 가까운 길이라고 해도 마음이 없으면, 그 길은 멀고도 먼 길이 된다. 아무리 쉬운 일이라고 해도 혼자 해야 하고, 더구나 마음마저 없다면 그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된다. 아무리 가까운 길이라도 혼자 가야만이 하는 길, 그 길은 멀고도 먼 길이리라. 더구나 눈물을 타고 혼자 가는 길, 그 길은 아마도 그 어느 길보다 멀고도 먼 길일 것이다. 그래서 그 무엇을 타고 가도, 뗏목을 타고 가도, 코끼리를 타고 가도, 붉은 태양을 타고 가도, 빗소리를 타고 가도, ‘눈물을 타고 혼자 가는 그 길’은 아, 아 멀고도 먼 길이리라.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그 길. 마음 놓쳐 끝이 막막한 그 길. 그러나 가고 가는 것이 어쩌면 그 길을 가는 길 아니겠는가. 한 번쯤 마음의 먼 길을 걸어본 사람은 알리라. 더구나 혼자 걸어본 사람은 더 잘 알리라. 함께 걸어야 하는 ‘그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은, 더욱 더 그 길이 얼마나 멀고 막막한지를 아, 아 잘 알고 있으리라.

윤석산(尹錫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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