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침이나 뜸 놓는 자리인 경혈을 표시한 동인(銅人). (사진제공: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왕실의 생로병사’展
왕족 무병장수 바람 담긴
의료 유물 120여점 전시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생노병사(生老病死). 사람은 누구나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고자 힘쓴다. 특히 나라를 다스리는 왕족들의 몸부림은 더욱 치열했다. 왕권을 지키기 위해 출생부터 죽음까지 질병에 맞서온 조선왕실의 의료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진행된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이귀영)과 한독의약박물관(관장 이경록)은 ‘조선왕실의 생로병사- 질병에 맞서다’ 기획전을 15일부터 9월 14일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개관 50주년을 맞는 한독의약박물관과 국립고궁박물관이 조선왕실의 의료 문화를 알리기 위해 마련했다.

전시는 구체적인 질병과 치료 방법, 무병장수에 대한 간절한 염원, 출생과 죽음 등의 내용을 다뤘다.

무병장수의 바람은 생활 곳곳에서 드러난다. 중요한 궁중 행사 때 항상 왕족들의 자리 뒤를 장식한 십장생 병풍은 무병장수와 만수무강을 의미하는 대표적인 물건이다. 여인들의 머리 손질 도구를 담는 빗접에도 고급스러운 자개로 십장생무늬를 수놓았다. 약재를 수납하던 약장은 상처를 입어 속이 검게 변한 먹감나무로 제작해 병마를 이기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
그럼에도 질병은 왕족들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전시에서는 어려서부터 천연두를 앓은 순종의 회복을 축하하는 병풍과 피부병을 앓던 세조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고름 묻은 저고리를 만날 수 있다.

자녀가 귀했던 왕실은 출산과 양육을 위해 특별히 임시 기구를 설치했다. 태항아리는 출산한 아이의 탯줄과 태반을 담았던 그릇으로 태실에 봉안됐다. 이후 태항아리의 주인이 국왕으로 즉위하면 태실을 가봉(加封)해 더욱 특별하게 꾸몄다고 한다.

▲ 태조 이성계의 태항아리(왼쪽)와 조선 초기 대표적인 관찬의서 ‘의방유취(醫方類聚)’. (사진제공: 국립고궁박물관, 한독의약박물관)

이번 전시에는 ▲동양 최대 의학사전 ‘의방유취’ 등 보물 9점 ▲‘알렌이 사용했던 의료 기구’ 등 등록문화재 3점 ▲‘동의보감 초간본’ 등 지방유형문화재 4점 등을 비롯해 ‘백자은구약주전자’ ‘동인’ ‘영조대왕의 시력측정 각석(刻石, 글자나 무늬 등을 새긴 돌)’ 등 왕실 의료 관련 유물 120여 점이 전시된다.

특히 전시 기간에는 전시에 대한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 특별 강연회가 오는 19일과 8월 1일 두 차례 열린다. 또 어린이를 위한 전시 해설과 ‘도전! 내의원 어의’ ‘소화제 만들기’ 등의 체험 과정도 진행된다.

한편 한독의약박물관은 개관 50주년 기념 심포지엄을 다음 달 29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가진다. 특별 강연회는 ▲조선 국왕들의 질병과 사인 ▲외과술을 중심으로 한 왕실 의료의 의술 ▲내의원과 어의의 삶 ▲조선의 의녀들 등의 주제로 진행된다. 강연에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며, 문의는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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