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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일보=김지연 기자] 상생품목을 지정해 시행한 지 1년을 넘긴 홈플러스 합정점 주변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효과가 확인되는 가운데, 앞으로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소비자와의 공감대 형성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형마트 상생품목제도 여론조사 발표’ 간담회에 나온 유병국 시립인천대 교수는 “상생품목제도가 해당지역 중소상인의 매출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교수는 홈플러스 합정점 주변에 있는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 2곳을 직접적인 상생품목의 영향권으로 보고, 인근 마포농수산물시장 및 공덕시장과의 비교를 시도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인근 지역 전통시장과 15개 상생품목을 지정하고 작년 3월부터 이를 시행해 왔다.

전반적인 결과를 보면, 상생품목지정과 관계없이 영업을 하는 (비영향권) 상점들은 예전에 비해 판매가 ‘조금 적다’고 대답한 경우가 많았다. 이에 비해 상생품목의 영향을 받는 (영향권) 상점들은 ‘차이 없음’이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영향・비영향권을 합쳐 1년 전과 일일 평균 매출액을 비교했을 때는 모든 상점들이 전체적으로 약 15.9%의 감소세를 느끼고 있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상생품목에 해당하는 점포(영향권)와 그렇지 않은 점포(비영향권) 사이에는 응답률이 컸다. 비영향권의 상인들은 상생품목의 경우 1년 전보다 32.3% 판매가 줄었고 상생품목이 아닌 품목은 21%까지 판매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향권의 점포들은 상생품목과 아닌 품목 모두 6~7% 수준에서 떨어졌다고 답했다.

상생품목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만족’(53%), ‘보통’(29%), ‘불만족’(18%) 순으로 나타났다.

매출 증대를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상생품목을 다시 선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은 비중(32%)을 차지했다. 현재 15개 품목은 실질적으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망고, 석류, 밤 등 상생 지정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품목들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이외에도 ‘상생품목제도가 전국적으로 확대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상인의 72%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소비자 설문조사(홈플러스 합정점 이용자 50%, 주변 전통시장 이용자 50%)에서도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나 확대에 대한 응답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진정란 전 소비자시민모임 사무국장이 총 511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SSM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가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81.2%로 나타났다. 또 ‘의무휴업일 실시가 필요하다’는 67.1%, ‘신규입점제한이 필요하다’도 67.1%에 달했다. 일부 판매품목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54.8%로 나왔다.

진 전 사무국장은 “이용자별로 살펴봐도, 대형마트 이용자들이 영업제한에 찬성하는 비율이 전통시장 이용자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유병국 교수는 “소비자들이 ‘권리 침해’ 부분에 대해서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지역경제 활성화나 독점 규제에 대해 찬성의견을 보이는 양면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규제에 갇혔다’고 생각하는 홈플러스가 소비자와 이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홍보한다면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여전히 전통시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통시장이 대형마트의 영향으로 몰락한다면 이 역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마트가 운영하는 ‘이클럽’에 의해 중소 도매업이 몰락하고 있다는 우려 역시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클럽은 이마트의 도매사업 법인 ‘에브리데이리테일’이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몰의 이름이다.

김영석 부상소상공인살리기협회 사무국장은 “이클럽이 일반 대리점보다 20~30% 저렴하게 상품을 공급하고 있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중소유통 도매업의 몰락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롯데슈퍼 역시 작년 11월 슈퍼마켓연합회와 MOU를 맺고 20곳의 지역수퍼조합이 이곳에서 물건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도매사업을 시작한 후 확장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마트(에브리데이리테일) 측은 중소상인들이 이클럽으로 인한 피해를 우려해 사업조정을 신청하자 이에 반발해 2년여의 법정공방을 진행하다가 지난 5월 초에 상생합의를 도출했다. 냉장식품이나 일배식품, 반찬류를 위주로 이클럽이 취급할 수 없는 금지 품목을 정한 것이다. 홈플러스 합정점처럼 지역 상인과의 갈등 끝에 결국 상생품목 지정이 이뤄진 경우다.

대형 유통업체의 취급 품목을 법으로 제한하는 데 대해 민변의 양창영 변호사는 “미국도 특정 상품의 판매 면적・시간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고 독일도 도심/비도심 판매품목을 다르게 하는 등 다른 국가들도 이미 시행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통상문제의 우려에 대해서는 최근 행정법원이 ‘문제없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부연했다.

토론자로 참여한 참여연대의 안진걸 사무처장도 “하라다 히데오의 ‘지역경제와 대형마트’라는 책을 보면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더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중앙대학교 이정희 교수는 “소비자들이 당장은 불편을 호소하는 듯하지만, 대형유통업체의 독점이 우리 사회에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면 공감하는 비율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기업의 독식을 방치한다면 결국 우리 사회가 치러야할 비용이 너무나 커진다는 사실을 정부를 비롯한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우원식, 조정식, 전순옥 의원실이 주최하고 소상공인중소기업살리기포럼과 소상공인정책연구소 등이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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