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한 목격자 vs 창조하는 기획자

기계실 시정장치를 부수기 위해 해머를 들고 있는 장면을 내보내며 ‘폭행, 가출, 부모까지 고소한다’는 자막을 띄웠다. 이는 MBC PD수첩이 지난 2007년 5월 8일 ‘신천지의 수상한 비밀’에서 방송했던 내용이다.

단순한 작업 장면이 가족을 폭행하고 감금하는 장면으로 돌변해 공중파를 타고 전국적으로 방송됐다. 그 외 정민희(가명) 추락, 가출·이혼·고소, 쇼핑센터 매입, 영생권 등 8개 항목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2일 PD수첩에게 정정·반론보도하라는 임의조정안을 내렸고 PD수첩은 20일 본방송에 앞서 4분 47초에 달하는 정정반론보도문을 냈다.

PD수첩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공방은 지난해 광우병 보도와 함께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사실에 근거하기보다는 ‘PD의 관점과 의견’에 의존해 ‘뉴스’의 형태를 띠고 여과 없이 보도되기 때문이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 윤창현 사무총장은 “공정하지 않은 언론은 상처를 주게 된다. 현재 PD수첩 같은 PD저널리즘은 아무리 봐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것 같다”며 “기자가 중심이 돼 수행하는 보도는 그래도 객관성이 유지될 텐데 PD수첩 같은 매체는 PD들의 개인적인 견해가 너무 많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또 윤 사무총장은 “반대 입장에 선 사람도 프로를 끝까지 보며 ‘저런 면이 있구나’하고 반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저렇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있나’고 느끼게 한다. 즉, 프로그램 자체를 공격하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며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이 아니라 취사선택에 근거해 제작한 영상이라면 언론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단순 취재 보도에서 벗어나 자세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해주는 PD저널리즘의 긍정적 사회비판 기능까지 폄하해선 안 되지만 최근 PD저널리즘의 행태가 ‘언론의 기본’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지적으로 인해 존폐위기까지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대 윤석민 교수는 PD저널리즘 토론회에서 “PD들은 영상 장면을 편집하고 음향·효과 등을 입혀 감성적 효과를 극대화 하는 데 많은 노력을 한다. 이러한 견지에서 기자저널리즘이 사실의 반영 내지 전달이라면 PD저널리즘은 사실의 창작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또 조직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기자보도본부 조직과 위계질서에 비해 PD들은 수평적, 자율적이다. 따라서 기자조직에서 데스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게이트 키핑이 엄격하게 이뤄지는 반면, PD조직은 자율성도 높고 개성에 대한 관용도 큰 편”이라며 “게이트 키핑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강력한 감성적 설득장치를 극대 활용해 특정한 의도에 따라 창작된 스토리가 시청자 앞에 저널리즘의 껍질을 쓰고 등장할 위험을 안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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