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법보신문이 인도 마하보디 사원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이 기타를 치면서 찬송가를 부르고 선교 기도를 하는 ‘땅밟기’ 동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일었다. (사진출처: 유튜브 해당 동영상 화면캡처)

공격적 선교 한계점 여실… “이웃 종교 존중해야”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불교 4대 성지 중 하나인 인도 부다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최근 한국 개신교인들이 소위 ‘땅밟기’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거세다. 해마다 등장하는 보수 개신교계의 ‘공격적인 선교’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개신교계 내부에서조차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지난 9일 한 불교언론의 보도로 인해 불교‧개신교계가 발칵 뒤집혔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5시(현지시각)께 인도 마하보디 사원에서 한국인 남녀 3명이 기타를 치면서 찬송가를 부르고 기도를 하는 ‘땅밟기’를 진행했다. 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고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이들의 행위에 대해 현지 사원에서 묵언수행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입을 열지 않고 있던 한국인 비구니 법수스님의 수행을 깨뜨리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하보디 사원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불교계에서는 아주 중요한 성지이기 때문이다.

이 사원은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와 최초 설법지 녹야원(사르나트), 열반지 쿠시나가르와 함께 불교의 4대 성지로 꼽히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돼 있다.

법수스님은 땅밟기 선교를 한 개신교 청년들에게 “불교 성지에서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러나 개신교인들은 “오직 하나님만이 구원이다. 구원받지 못한 이들에게 하나님을 전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스님은 “오늘 일을 한국에 알리겠다”고 말했고, 청년들은 꼬리를 내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해외 불교성지 땅밟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1년 2월에도 개신교인들이 미얀마의 한 법당에 들어가 손을 잡고 찬송가를 부르며 예배를 본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땅밟기 선교가 뭐길래

‘땅밟기’는 개신교인들이 선교 불모지를 찾아가 예배나 기도회를 진행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된다. 보수 개신교인들 일부가 타 종교 성지나 경내에 들어가 예배나 기도회를 하는 등 마찰을 일으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개신교인들이 땅밟기 선교의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성경이다. 구약성경 여호수아 1장 3절 ‘내가 모세에게 말한 바와 같이 무릇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을 내가 다 너희에게 주었노니’와 14장 9절 ‘네가 나의 하나님 여호와를 온전히 좇았은즉 네 발로 밟는 땅은 영영히 너와 네 자손의 기업이 되리라’라는 구절이 있고, 이를 선교에 적용한 것이다.

인터콥 본부장 최바울 선교사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리고 성을 돌면서 계속 기도하며 영적 전쟁을 행한 것뿐이다. 그런데 마지막 날 믿음으로 외쳤을 때 여리고 성이 일시에 붕괴됐다. 이처럼 10/40창을 향해서 우리가 기도할 때 어둠의 진은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그의 책 ‘백투예루살렘’에서 밝힌 바 있다.

개신교 밖에서는 한국의 민속신앙인 정월대보름 지신밟기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나온다. 지신밟기는 음력 정초에 집안 곳곳을 밟아 지신을 진압함으로써 악귀와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평안‧건강 및 풍작 등을 축원하는 민속놀이이다. 개신교계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마찰’에도 끊이지 않는 땅밟기 선교

소위 땅밟기 동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2010년에는 찬양인도자학교 소속 6명의 청년들이 봉은사에서 예배를 드리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봉은사 땅밟기’라는 제목으로 유포됐다.

이 청년들은 “이 땅(봉은사)이 하나님의 땅이라는 것을 선포한다. … 이 땅은 파괴될 것이고, 하나님께서 이 땅을 회복할 것이다. … 우상숭배가 떠나갈 것을 선포한다”는 등으로 기도해 타종교인들에게 반감을 샀다. 결국 학교 측이 봉은사를
찾아가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2012년에도 봉은사 앞에서는 소수 개신교인들이 불교 CD를 가장한 목사의 간증 CD를 나눠줘 비난을 받았다.

또 대구기독교총연합회가 2010년 대구 동화사 성보박물관과 절 인근 주차장에서 예배를 드린 동영상도 공개돼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이들은 대구 불교테마공원 설립 및 정부지원에 반대했었다. 해마다 극보수 개신교인들은 석가탄신일에 조계사 인근 도로변에서 사찰을 찾는 신도들을 향해 기도회를 열고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고 있다.

개신교계의 공격적인 선교는 이슬람권에서도 문제가 됐다. 지난 2007년 7월 분당 샘물교회 단기선교팀 23명이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칸다하르로 향하다가 탈레반 무장 세력에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명의 목사가 희생됐고, 교인 21명이 42일 만에 풀려났다.

◆“선교, 장소에 대한 분별력은 있어야”

이러한 땅밟기 선교는 개신교 내에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도가 선해도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이웃 종교를 존중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인도 불교성지에서 기도회를 한) 이들이 어느 한국교회 소속 청년들이 맞는다면, 이는 크게 꾸짖어야 할 일”이라고 최근 논평을 냈다.

교회언론회는 “종교의 자유를 따라 선교는 할 수 있지만, 그 장소에 대한 것은 분별이 있어야 한다”며 “이웃 종교에 대한 배려 없이 막무가내 식으로 하는 선교는 사회로부터 칭찬을 듣지 못할 뿐더러 결국은 선교의 결과도 맺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수 신학자인 기독교학술원장 김영한(샬롬나비 대표) 박사는 지난 5월 그의 칼럼을 통해 땅밟기 전도에 대해 “어느 특정 종교의 경내에 들어가서 그 지역의 영들을 묶어서 쫓아내기를 시도한다는 것은 지나친 일”이라며 “타종교가 하나의 사회적 제도 종교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하나님의 일반 은총의 차원에서 선과 악이 공존하고 참종교와 타종교가 공존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권면했다.

그는 “타종교는 하나님이 그의 때에 또는 최후의 심판 시에 판결하실 것”이라며 “이전에는 타종교와의 공존이라는 사회적인 덕과 질서를 유지하면서 선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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