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의료수출을 예고하는 신호탄이 터졌다. 서울대병원이 약 1조 원의 운영예산을 받아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셰이크 할리파 전문병원을 5년간 위탁 운영하게 됐다. 이번 서울대병원의 의료수출은 의료기술·의료진·정보시스템 등 병원체계 전반을 해외 3차 병원에 이식하는 국내최초 ‘병원수출’로 평가된다. 할리파 병원의 의료인력 1420명 중 약 20%는 국내에서 보내 운영수익과 일자리 창출도 동시에 이루게 됐다.

그간 민간차원의 의료수출 노력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성과가 미미했다. 의료수출 1세대로 불리는 클리닉은 대부분 현지화에 실패했다. 의료수출 2세대로 불리는 전문병원들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있다. 1·2세대에 걸친 민간 병원의 해외진출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이끌어 냈다는 점이 성과라면 성과다. 의료수출 3세대는 대형 종합병원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모두 비영리법인(의료법인, 학교법인, 공익법인 등)이라는 특성 때문에 해외 영리병원에 직접 투자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형프로젝트에 대형 종합병원 그룹이 의료기관 컨소시엄 형태로 진출하는 것은 가능하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심한 우리나라지만 지난해 빅5로 불리는 병원마저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4곳(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은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이런 환경에서 나온 서울대병원의 수주는 국내 병원들이 의료수출에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의료수출을 핵심 성장전략으로 제시하면서 2020년까지 이 부문 수출목표를 현재의 3배인 1조 5000억 엔으로 잡았다. 상대적으로 우리는 대형병원의 영리법인이 허용되지 않고, 해외투자용 특수목적법인도 세울 수 없어 제약이 많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료수출에 걸림이 되는 ‘손톱 밑 가시’를 점검해 뽑는 것이다. 고용창출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는 의료수출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지원법 마련과 후방지원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