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투명한 공직사회, 투명한 대표성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얼어 죽을 청렴결백은 진품명품 간에 고물로 치부되는 것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것도 우리 민족에 몇 안 되는 지정된 보물에 가깝다. 인구비례에 비하면 의원수도 많지만 그들의 행정 또한 가관이다. 탐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부모도 가족도 친구도 안중에 없다. 매일 같이 여론에 두들겨 맞더니 정체성도 잃어버렸다. 그러니 사람 하나 죽이는 것에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그저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나오고선 사연 많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한다. 돌이라도 던져주기를 바라는 걸까? 그나마 300석에 가까운 국회의원도 하질 않던 영화 같은 일이 동네 어귀에 그 알량한 대표성이랍시고 뻐기더니 결국엔 사람까지 죽이기 시작했다.

권력이라기엔 너무나 초라하고 대표성이라기엔 그 작은 시의원이 말이다. 어디서 그런 용기와 배포가 나왔을까? 이해되지 않는 위치와 역량이다. 누가 보면 대단한 권세가가 자신의 안위를 지키려다 사고를 낸 줄 알기에 충분하다. 그것도 의뢰인은 종교적인 색깔이 짙은 대학에서 총학생회장까지 해먹었던 나름의 양심 있는 청년이니 말이다. 뒤늦게 맛본 권력 맛에 소신 있던 자신감이 후회라도 했을까? 친구를 사주하여 살인을 교사한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능력도 돈도 없는 자가 국회보좌관으로서 몇 번의 여의도 물을 느낀 것에 너무 큰 그림을 생각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 국회의원의 상당수가 보좌관 출신이다. 제대로 정치공학적 공부를 하고 충실하게 민심을 읽기엔 스펙도 능력도 안 되니 줄서기를 하며 자신에게도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의원들의 구두끈을 묶어대며 키웠던 꿈이 바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지나치게 영리하고 지나치게 야무진 꿈을 키운 보좌관들이 지금 사회 각 지도층에 한자리를 꾀하고 있으니 김 씨의 행적도 또한 그의 행동도 이해되지 못할 것도 없다. 그래도 시의원이 한 행동치고는 너무 대범함이 크다. 그리고 부끄럽다.

뭐가 그리 조급하고 뭐가 그리 재선을 원하도록 만들었을까? 양복 깃에 보기 흉한 배지가 그를 그렇게 사악하게 만든 것인지 아니면 삼류대학을 나온 그에게 그런 가분한 위치를 얻게 해준 정치가 그를 사주하도록 조종한 걸까? 하긴 선거 때가 되면 구의원 시의원 할 것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나오는 것을 보면 위치가 좋긴 좋은가 보다. 지금 그에게 쏠린 사람들의 시선에는 분노와 원성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입신양명의 길 중 가장 그럴듯한 신분이 바로 정치인인 만큼 얼마나 절박하고 절실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동정심도 공감대도 나오는 것을 보면 그의 완전한 범죄에 대해 모든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젊은 나이에 맛본 정치 권위에 빠진 그에게 한 번만 기다려 달라는 주문과 지적은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을 것이다. 명문사학도 아닌 그에게 그만한 신분을 유지하게끔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사안도 없었을 것이다. 무섭고도 이해되지 않은 일인 만큼 그에 대한 결과가 귀추된다. 그렇게 천인공노(天人共怒)한 행동에도 크게 다그치거나 비난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그를 그렇게 만든 공동정범(共同正犯)일지도 모른다는 찝찝한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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