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0% “종교, 평화 기여보다는 갈등 유발”… 종교인 신뢰도 하락 추세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우리나라 성인의 절반가량은 종교가 평화에 기여하기보다는 갈등을 유발하는 측면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산문화재단(이사장 영담스님)은 (주)한국리서치를 통해 조사한 ‘한국인의 종교인식과 불교의 인상’ 설문조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조계종 종단개혁 20주년을 맞아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4월 4∼14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65세 이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전송을 통한 온라인 조사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신뢰도는 95% 표본오차는 ±3.1%이다.

‘종교가 평화에 기여하기보다는 갈등을 유발한다’라는 입장을 묻는 질문에 ‘매우 동의’ 14.6%, ‘약간 동의’ 35.9%, ‘동의도 반대도 아님’ 28.0%, ‘약간 반대’ 17.9%, ‘매우 반대’ 3.6%로 집계됐다. 응답자 3명 중 2명은 일반 사람들보다 종교인들의 배타성이 많다는 견해를 보였다. 조사대상의 68.0%가 ‘종교적 신념이 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배타적’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일반 사람보다 종교인들에게 다가가기 더 어렵다는 얘기다.

가장 신뢰하는 종교는 천주교 31.7%, 불교 31.6%, 개신교 21.6% 순으로 나타났다. 종교의 신뢰도는 전반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별로 불교는 20대 이하에서 신뢰도가 높았고, 천주교는 50대와 60대에서 신뢰도가 높게 나타났다. 무종교인의 경우 불교 37.4%, 천주교 30.8%, 개신교 5.5% 등의 순으로, 불교가 가장 높은 신뢰도를 차지했다. 개신교의 경우는 현저하게 낮게 나타났다.

◆종교 가진다면 ‘천주교’ 우선… 종교인과세 88% 찬성

앞으로 종교를 새로 가지거나 바꾼다면 천주교를 선택하겠다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를 갖거나 바꾸게 된다면 어떤 종교를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25%가 천주교를 선택했다. 불교는 17%, 개신교는 10%로 나타났다. ‘바꾸거나 가질 의향이 없다’는 응답자도 45.8%를 차지했다.

종교인 과세 문제에는 응답자의 87.9%가 찬성입장을 나타냈다. 종교별로는 개신교인의 12.8%가 반대라고 답해 비교적 높았으나, 모든 종교에서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다.

◆불교 신뢰도 낙제점… 재정불투명 지적

한국불교에 관한 인식 조사에서 대체로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한국불교를 신뢰한다’는 답은 32.9%에 그쳤다. ‘불교 지도자의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간다(42.8%)’는 견해도 절반에 못 미쳤다.

우리나라 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조계종에 대한 인식도 현저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33.1%만이 조계종을 알고 있었다. 불자들의 42%는 조계종을 모른다고 답했다. 조계종을 신뢰한다는 응답자는 14.9%에 불과했고, 불자들도 38.7%만 신뢰한다고 응답했다. 41.7%는 ‘조계종이 사회적으로 많은 권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한국불교가 더 큰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 ‘윤리와 도덕 실천운동(37.2%)’과 ‘봉사 및 구제활동(36.4%)’ ‘명상·수행 등 마음치유활동(19.1%)’ 등을 전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한국불교가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불투명한 재정 사용(37.9%)’과 ‘불교지도자의 자질 및 역할(27.1%)’, ‘불교인의 삶(15.7%)’ 등이 지적됐다.

국민들은 불교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선 후한 점수를 줬다. 응답자의 53.7%가 IMF 당시 금모으기 등 실업극복에 적극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웰빙·힐링 등 정신문화적 치유활동’ 50.0%, ‘학내 종교자유 보장활동’ 48.9%, ‘공직자 종교차별 금지입법’ 44.6% 등이 뒤를 따랐다.

◆총무원장의 가장 큰 덕목 ‘수행·도덕성’

또 조계종 총무원장의 자격요건으로 ‘수행’과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전체 응답자의 70.3%가, 불자들의 경우 78.4%가 정치력과 행정능력보다 수행과 도덕성을 중요하다고 답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신뢰할 만하다는 질문에는 ‘동의한다’ 19.8%, ‘동의하지 않는다’ 27.4%로 각각 응답했다.

‘총무원장이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다’는 의견에 대해선 23.3%가 동의했다. ‘내부의 자정과 개혁이 적극적이다’는 견해에 대해선 26.6%가 동의하지 않으므로 나타났다.

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영담스님은 “이번 여론조사의 분석 내용을 보니 불자들과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과연 불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됐다”며 “무엇이 장점이고 단점이라고 생각하는지 바르게 알아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포교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종단과 종도들은 타종교인들과 일반 국민들이 불교와 종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기대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론조사를 분석한 유승무 중앙승가대 사회과학연구소장은 “한국불교가 자신의 위상, 사회적 영향력에 비해 사회적 역할이 미약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사회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 불교계가 사회적 회향(자기가 닦은 선근·공덕을 다른 중생이나 자기 자신에게 돌림)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