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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외환銀 경영진 “조기통합 논의 불가피”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작업에 시동이 걸렸다.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조기통합 카드를 꺼낸 후,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이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나타내면서부터다. 하지만 갈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인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당시 ‘5년간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합의한 것을 지켜야 한다며 외환은행 노조가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김정태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제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조기통합 추진을 공론화했다.

이후 지난 7일 김한조 외환은행장도 “조기통합 논의 개시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사내 인트라넷 서면 메시지를 통해 “은행 산업 패러다임의 급격한 변화와 국내외 금융권의 경쟁 심화 및 규제 강화 등으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지고 수익성 악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는 시점에서 조기통합 논의는 불가피하다”며 “통합은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는 김 회장이 언급한 조기통합 필요성에 뜻을 같이한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행장이 언급한 대로 실제 두 은행의 실적은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악화됐다. 두 은행이 통합되기 전인 2011년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 2070억 원, 1조 6220억 원이었지만 지난해 각각 6550억 원, 3600억 원으로 급감했다. ‘투 뱅크 체제’가 길어지면서 다른 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 행장은 그러면서도 “조직에 대한 애정과 헌신을 다 해온 직원들의 상실감과 불안감을 은행장으로서 충분히 이해한다”며 “조직과 구성원 모두가 Win-Win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행장은 지난 3월 취임할 당시 ‘32년 정통 외환맨’으로서 노조를 아우르면서 효율적으로 통합작업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조기통합론이 불거지자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노조는 지난 3일 김 회장의 ‘통합 논의’ 발언에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는 2.17 노사정 합의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폭거”라며 “합의서에는 ‘5년간 외환은행의 법인 및 명칭을 유지하고 합병 여부는 5년 경과 후 상호합의를 통해 협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합병을 전제로 한 사전작업은 중대한 합의위반 행위”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또 김 회장이 내년 연임을 위한 사전작업으로 조기통합 카드를 꺼냈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김 회장은 비용절감을 운운하지만, 외환은행의 가장 큰 ‘비용’은 바로 하나금융지주로 인한 것이며, 하나금융이 인수 전후 외환은행에서 빼내간 돈은 이미 2조 원에 달한다”며 “합병 추진을 서두르는 진정한 목적인 내년 3월 김 회장 본인의 연임에 있다”고 비판했다. 내년 초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 입장에선 주주들과 이사회에 분명한 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9일 청와대에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통합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오는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조기통합 반대’ 대규모 집회도 강행할 방침이다.

결국 조기통합의 성공 여부는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는 통합 청사진을 제시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무리한 통합 시도는 오히려 더 큰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분명한 통합의 원칙과 방향성 제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하나-외환은행 통합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양 카드사 간 합병 과정도 주목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6일 외환카드 본인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본인가를 받게 되면 외환카드 분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올 12월 중 두 카드사가 합병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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