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中군사력 미국에 밀려
대응 명분은 평화·안정
시진핑 메시지에 진정성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

동북아질서 새 짝짓기
북일 정상화는 희망사항
김정은, 베이징 방문 가능
한중 우애로 통일 이뤄야

[천지일보=명승일·임문식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4일 한국을 국빈 방문하고 돌아갔다. 그동안 한미일과 북중러 구도로 고착화됐던 동북아 정세에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요동치는 동북아 질서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7일 본지 세미나실에서 ‘한중 정상회담 의의와 한반도 미래 진단’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진행했다. 이상면 본지 대표이사의 사회로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과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패널로 참석했다.

― 중국이 처한 주요 내·외부 문제와 이에 대해 시 주석이 내세우는 해결책은.

홍현익(홍): 중국의 최대 문제는 부패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정풍운동’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천안문 사태가 일어난 것도 부패 척결 때문이라고 한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0%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도농 간 격차 해소와 국토 균형 발전에도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수 민족 문제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중앙집권적인 정책 아래 소수 민족을 회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교적으론 미국의 압박에 따른 고립을 벗어나려 하고 있다.

― 시 주석이 내부 문제나 동북아 문제에 대해 평화적인 해결을 강조하고 있는데 진정성이 있는가.

홍: 상당 부분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군사·안보 면에서 미국에 월등히 뒤지는 중국이 미국에 대응할 수 있는 명분은 평화와 안정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보다 군사력에서 더 강해진다면 중국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힘에서 미국에 크게 밀리는 지금으로선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

― 이번 한중 정상회담의 핵심은.

안찬일(안): 동북아 질서의 새로운 짝짓기를 시작하는 첫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한중, 북일 간에 새로운 세력 균형이 이뤄지는 시점에 시 주석이 방한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동북아 질서에서 한국과 중국이 주도권을 잡자고 제안한 것이다. 시 주석은 전적으로 미국에 안보를 의지하는 한국의 외교 관계를 바로잡으면서 한중 관계 강화로 동북아 질서의 주역이 되고자 방한한 것으로 보인다.

홍: 중국이 이번 방한에서 미국과 일본의 거센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한국과의 협력을 도모했다면, 한국은 북한 문제 해결과 외교적 자율성 확보를 목적으로 했다. 그러나 큰 그림에서 보면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구도를 바꾸는 데 한계가 분명했다.

▲ 본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이후 ‘한중 정상회담 의의와 한반도 미래 진단’이라는 주제로 7일 오후 좌담회를 열었다. 왼쪽부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면 천지일보 대표이사,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방한 후 북한의 예상 움직임은.

안: 어떻게 대처해야 유리한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한중 정상이 북한 핵실험 반대를 표명했다면 북한의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겠지만, 한반도 비핵화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북한이 반응을 자제하는 듯하다.

― 북중관계는 어떻게 되나.

홍: 중국이 북한에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는 저버릴 수 없다. 조만간 북한 달래기에 나설 것이다. 중국 의존도가 매우 큰 북한도 중국을 적대시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북한은 대남 도발을 자제하고 평화 공세를 계속하면서 북중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과 그 시기는.

안: 시 주석이 올해 안에 평양에 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겠지만, 김정은이 베이징에 가는 일은 일어날 수 있다. 다만, 핵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4차 핵실험으로 얻는 이익과 베이징 방문으로 얻는 이익을 비교하면 베이징 방문에 따른 이익이 몇 배 크다. 김정은은 베이징에 다녀옴으로써 자신의 리더십을 외교적으로도 정립할 수 있다.

― 미국 언론이 시 주석의 방한에 대해 한미일 안보협력은 물론 한미동맹 환경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적 의도로 풀이하는 데 대해 어떻게 보나.

홍: 한일 협력을 도모하고 한미일 3각 동맹을 결속하려는 것이 동아시아중시정책의 핵심인데 이것이 원활하게 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북일관계 개선과 한중관계 개선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어 동아시아중시정책의 골간이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다시 한 번 한미동맹을 다잡고 3각 협력을 진흥시키는 데 앞장설 것이다. 미국은 주도권 잡기에 다시 나설 것이다.

―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해 한국이 미국에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어떻게 보는가.

홍: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올바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동아시아의 공동체 형성과 평화·공동번영을 위한다면,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은 대단히 훌륭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군사안보 동맹을 위주로 중국을 압박하는 냉전적인 질서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면 (국제적인)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한일 간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일본에 대해 ‘독도는 한국땅’이라고 강력하게 얘기해야 한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선 한국 정부의 허락 없이 절대로 행사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해줘야 한다.

― 미국의 MD(미사일 방어체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안: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데 일본과 한국을 이용하려는 미국의 계산은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가 MD에 적극 나설 경우 남북 간의 대결이나 비핵화 문제에 대해 중국으로부터 얻어낼 것을 얻어낼 수 없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개인적인 친분, 양국 관계개선이라는 미래지향적인 측면에서 평화를 중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 주석의 모토는 평화이다. 그런데 미국의 MD에 우리가 적극 개입하면서 편승한다면 한중은 현재와 같은 자세를 유지하기 어렵다.

홍: 우리 정부 돈으로 하면 수십 조가 들어가겠지만, 미국 돈으로 하고 중국도 반대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 반대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외교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이 경제 부문에서 약간의 조치를 한다면, (한국은) 3일을 못 버틸 것이다. 우리나라 안보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사일 방어에 대한 환상으로 선뜻 (MD에) 가담했다가 중국과 적대국이 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 일본이 대북제재 일부 해제 등 유화책을 내놓고 있는데, 북일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안: 북한이 먼저 일본에 접근했다. 북일은 동북아에서 서로 동맹이 필요하다. (북한은) 경제적인 생존을 위해 일본의 돈이 필요하다. 100억 달러만 들어오면 중국의 도움 없이도 일어설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이 적극 나오고 일본이 부화뇌동하면서 북일관계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8.15광복절 전에 아베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한다면 어느 정도 진전이 있겠지만, 올해 안에 국교 정상화까지 간다는 것은 희망사항이 아닐까 한다.

홍: 아베가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두고 북일 간의 숨통을 트고 있는데 한계가 명확하다. 김정은이 10명 정도의 일본인을 돌려보낼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러나 일본 국민이 만족할 수 있을 것인가. 아베는 (북한에) 수백 명이 있는데 10명밖에 안 보냈다고 하면서 대북강경책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북일관계가 개선되는 듯하지만, 한국과 중국이 일본을 왕따시키니까 이렇게 접근한다고 본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일본이 북한의 숨통을 터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 한미일 공조를 무너뜨리기 위한 중국의 전략에 이용당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안: 시 주석의 방한은 한미일 공조를 흔들고 자기 쪽에 유리하게 하려는 외교정책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중국이라는 G2(주요 2개국)에 대해 한국이 친구가 되는 것은 나쁘지 않다. 일단 중국과 친구가 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얻어내고 중국 시장을 넓히는 등 미래지향적인 각도에서 보는 게 바람직하다.

홍: 한중이 협력을 도모하는 것은 미국을 겨냥한 적대행위가 아니다. 미국이 자신의 국익을 증진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볼멘소리를 노골적으로 할 수 없다. 우리는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원하고 그런 것을 증진하는 어느 나라와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면 된다. 미국이나 일본이 한중 간의 협력 증진을 좋게 볼 리가 없다. 이런 트집을 막기 위해선 남북관계가 제대로 돼야 한다. 우리가 남북관계만 개선하고 활용한다면 대일관계, 대미관계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

― 북중관계, 한미일 관계가 뒤틀리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우리는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풀어나가야 하는가.

홍: 일단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그 다음 미중 간에 어느 쪽도 우리 편이 아닌 상황에 처하면 안 된다. 한미동맹을 대한민국 전략의 지축으로 삼아야 한다. 반중동맹이 돼선 안 된다. 중국은 우리 경제 분야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북한의 핵문제 해결이나 평화체제 구축, 평화통일을 가기 위해서라도 중국의 반대가 있으면 하나도 달성하지 못한다.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지향하는 정책은 어느 나라가 추진하든 우리는 그들의 편에 서겠다는 (대외정책의)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안: 시장경제라는 매개를 통해 한중이 접근할 수 있고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다. 이를 잘 이용해 한반도의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 중국이 북한을 보는 시각이 원칙적으로 나갈 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이룩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한중 우애를 통해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루는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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