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모습 보여주길

지난 7월 ‘2013년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유치가 부산으로 확정되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를 비롯한 교계는 물론 각계각층에서도 축하 인사가 줄을 이었다.

또한 9월에 열린 WCC 총회 유치 감사예배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조용기 목사, 샘 코비아 WCC 총무 등이 축하의 말을 전할 만큼 WCC 총회 유치는 큰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이러한 분위기도 잠시뿐, 보수 성향의 교단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예장 고신과 고려총회는 반대 입장을 밝혔고, 보수교단을 대표하는 예장 합동총회 인사들 사이에서도 총회 유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지난 21일 임시임원회를 열고 ‘WCC문제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대책위원회 위원 15인의 선임은 엄신형 한기총 대표회장에게 맡겨졌다.

엄 대표회장은 “한기총 회원교단들이 9월 개최한 정기총회에서 2013년 WCC 총회가 한국교회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았다”며 “한기총이 한국교회의 입장을 시급히 정리할 필요가 있어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WCC 총회 유치에 따른 논란이 한국교회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뜻을 모아 WCC의 신학적 입장 등을 연구하고 정확한 정체성을 파악할 것”이라고 전했다.

보수교단이 WCC 총회 유치를 반대하는 이유로 ▲WCC가 타종교의 구원을 인정하는 종교 다원주의를 추종한다는 비판 ▲삼위일체 교리를 부정하는 교회가 WCC에 가입돼 있다는 것 ▲WCC가 사회구원에 치중하는 좌파 용공세력이라는 주장 등이 있다.

이에 WCC는 보수교단이 비판하는 내용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WCC 전도위원회 총무 금주섭 목사는 “다원주의를 신봉하지 않는다. WCC는 그리스도의 유일성을 강하게 확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용공시비에 대해서는 WCC가 지난 6~70년대부터 복음주의 입장을 받아들여 복음전도를 포함한 통전적인 구원을 지향하면서 현재는 많이 사라진 비판이라고 일축했다.

기독교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WCC 총회 한국 유치는 비단 한국 개신교만의 경사가 아니다. WCC 총회 유치는 한국의 국가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물론, 남북한 긴장완화에 대한 세계적인 여론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또한 총회를 유치하는 부산 벡스코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 효과를 최소 150억 원 이상으로 잡고 있다. 더불어 다종교 사회인 한국사회에서 종교 간 화해와 공존을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 보수교단이 총회 유치를 반대하는 이유로 내놓은 세 가지 이유는 자신들의 구미에 맞지 않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좋은 일에는 서로 힘을 합쳐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성경에도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라’는 말씀이 있다.

한국교회가 하나님의 뜻대로 신앙하기를 바란다면, 자신들의 생각이 아닌 성경에 이른 말씀대로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오’라는 소신 있는 주장도 때와 장소에 맞아야 한다.

내 생각, 편파와 편견에 얽매어 무조건 ‘그르다’ ‘안 된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사랑과 희생, 용서를 덕목으로 신앙하는 이들에게 합당한 행동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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