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리자루칼 앞면(위)과 뒷면(가운데), 새김 글자 ‘尒斯智王(이사지왕)’ 부분 확대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尒斯智王(이사지왕)’ 명문 큰칼 최초 공개

[천지일보=박선혜 기자] 1921년, 경주의 한 민가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금관이 발견되자 학계는 물론 전 세계가 출토지와 주변 등에 주목했다. 바로 세상을 놀라게 한 신라의 대표적인 무덤 금관총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테마전 ‘금관총과 이사지왕’을 열어 금관총에서 출토된 ‘尒斯智王(이사지왕)’ 문구가 새겨진 고리자루 큰칼을 일반인에게 최초로 공개한다. 또 금관총의 대표 유물 등 90여 점이 한자리에 전시된다. 전시는 8일부터 9월 2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중근세관 테마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제강점기 금관총의 발견과 조사 과정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고, 이사지왕 큰칼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또 그동안 흩어져 전시되고 있던 국보 제87호 금관과 같은 금관총의 대표 유물들을 한 곳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경주에서 금관이 발견됐을 당시 금관총의 조사는 교토제국대학의 하마다 고사쿠와 조선총독부의 고이즈미 아키오 등이 관여했다. 보고서는 1924년부터 간행돼 총 3권의 보고서와 1권의 저서가 일본 교토에서 인쇄됐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고리자루 큰칼에서는 어떤 글자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은 금관총 출토 고리자루 큰칼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尒斯智王(이사지왕)’이라는 왕명을 확인했으며, 다른 큰칼과 칼 부속구에서도 ‘尒(이)’ ‘八(팔)’ ‘十(십)’이라는 글자를 발견했다.

▲ 교토대학교 금관총 보고서 자료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이번 테마 전시는 금관총의 발견 과정과 ‘이사지왕’ 큰칼의 확인 과정을 소개한다. 특히 일본 교토대학이 보관하고 있던 금관총 보고서의 원본 자료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이 자료를 보면 당시 금관총 보고서가 어떻게 작성됐고, 일본인 연구자는 어떤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박물관 전시실 중앙에는 금관총 유물의 출토 모습을 그래픽으로 재현했다. 주변에는 이사지왕 큰칼과 금관총을 대표하는 유물을 전시했다. 또 이사지왕 큰칼 이외에 ‘八(팔)’자와 ‘十(십)’자가 확인된 칼 부속구도 소개한다.

이 외에도 고구려 유물로 추정되는 청동사이호과 ‘초두(鐎斗, 액체를 데우는 데 사용했던 용기의 일종)’가 주목된다. 또 일본 열도에 서식하는 고둥의 일종인 ‘이모가이’로 만든 말띠꾸미개(雲珠)도 전시되는데, 당시 문헌기록에는 확인되지 않는 신라와 왜의 교류를 알려주는 흥미로운 유물이다.

한편 이번 테마전 ‘금관총과 이사지왕’과 관련해 7월 11일에는 학술 심포지엄도 열린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신라 고분 연구의 일인자인 최병현 학술원 회원(숭실대학교 명예교수)의 ‘금관총 연구와 마립간기 신라 사회’라는 기조강연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 금관총의 발견과 의의’ ‘금관총 출토 이사지왕 명 대도의 보존처리’ ‘신라 적석목곽묘 연구와 금관총’ ‘이사지왕 명 대도와 신라 고분 출토 문자 자료’ ‘이사지왕과 금관총의 주인공’ 등 총 5개의 주제가 발표된다. 종합토론은 노태돈 서울대학교 교수가 진행하며, 금관총 출토 문자의 의미뿐만 아니라 신라 금관총의 주인공과 이사지왕의 관계에 대해서도 집중 토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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