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포커스] 전철역, 발걸음을 붙잡다
[피플&포커스] 전철역, 발걸음을 붙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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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구간 약 300㎞, 하루 수송 인원 800만 명. 꼭두새벽부터 한밤중까지 도심 곳곳을 가로지르며 각양각색 사람들을 나른다. 바로 지하철이다.
1974년 8월 15일, 1호선 개통 이후 40년 동안 서민의 대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하철. 흘러온 시간만큼 지하철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무엇보다 교통수단일 뿐이라는 상식을 거부하며 시민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 충무로역 ‘오!재미동’ 아카이브. (사진제공: 오!재미동)

이색 테마역

 
◆충무로역 ‘오!재미동’ 영화 A부터 Z까지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한국영화의 본산지 충무로. 이곳에 위치한 ‘충무로역’에는 영화인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충무로역 지하 2층에는 대종상 역대 수상자의 사진과 대종상을 상징하는 커다란 종 모양의 부조가 전시돼 있다. 한 층 더 올라가면 통로 가운데 길게 자리한 복합문화센터 ‘오!재미동’을 만날 수 있다. 다섯 가지 재미가 있다는 의미의 이름을 가진 ‘오!재미동’은 장비 지원, 영상 편집, 관람 등 영화 제작부터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소규모로 압축시켜 놓았다. ▲아카이브 ▲갤러리 ▲창작지원실 ▲극장 ▲미디어 아틀리에로 구성됐다.

맨 앞에 위치한 아카이브는 2900여 편의 DVD와 영화 원작만화, 소설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방문객의 접근이 쉬운 만큼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사이트를 통해 회원으로 가입하면 하루 한 편의 DVD를 관람할 수 있다. 1~2명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자리 5곳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용객이 많아서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오!재미동’ 아카이브는 다양한 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특히 독립영화나 예술영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진휘 홍보담당자는 “‘오!재미동’에서만 볼 수 있는 독립영화가 많다. 배우 이제훈이 신인 때 찍은 영화 ‘친구사이’를 보기 위해 팬클럽에서 찾아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DVD 진열 방식이 이색적이다. 장르나 가·나·다 순이 아닌 등록 순서로 분류해 상업영화와 독립영화가 섞여 있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찾는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DVD를 섞어 놓음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독립영화를 만날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다.

살짝 기울어진 긴 책꽂이에는 웹툰 ‘패션왕’ ‘이웃사람’ 등 영화화된 만화나 도서도 있다. 여자친구와 아카이브를 이용한 김현호(20)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알고 오게 됐다. 자리도 편하고 무료로 영상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주로 20~30대가 이용하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어르신의 방문도 적지 않다.

두 번째 공간인 갤러리는 매달 새로운 전시를 만날 수 있다. 공모를 통해 신인작가의 전시를 지원해주고 있다. 작은 공간으로 전시할 수 있는 작품 수는 한정적이지만, 전철역사다 보니 관람객이 적지 않다. 7일부터 8월 2일까지 김선열 작가 개인전 ‘그렇지 못한 것들-the others-’이 열릴 예정이다.

▲ 이진휘 홍보담당자가 오!재미동 홍보 팸플릿을 들어보이고 있다(맨 왼쪽). 교육실(가운데)과 아카이브에서 영상을 관람하는 모습. (사진제공: 오!재미동)

세 번째 공간인 창작지원실은 독립영화 제작자나 작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무료 대관하고 있다. 이어지는 ‘극장’은 28명을 수용하는 작은 상영관으로 강연이나 대관도 겸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대형 영화관에서 만날 수 없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다.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화나 단편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단편 영화 개봉극장’ 등이다. 마지막 미디어 아틀리에는 영상인을 위한 영상편집실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할 수 있고 소정의 금액을 내면 이용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오!재미동’은 독립영화 콘텐츠 장비제작 지원, 독립영화 시사 지원 등 독립영화인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 성수역 ‘슈스팟 성수(Shoespot Seongsu)’. ⓒ천지일보(뉴스천지)

◆성수역, 구두장인들의 꿈이 있는 곳

성수역은 구두를 테마로 해서 지난해 12월 새롭게 단장했다. 성수역에 도착하자 안전문에 그려진 구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2층 대기실에선 전시 ‘슈스팟 성수(Shoespot Seongsu)’를 만날 수 있다. 슈스팟 성수는 ▲국내 수제화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구두지움’ ▲성수동 내 재화아카데미 교육생의 졸업작품이 진열된 ‘슈다츠’ ▲수제화 장인의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구두장인 공방’ ▲구두와 관련된 조형물이 전시된 ‘다빈치구두’ 등 4개의 공간으로 꾸며졌다.

▲ 성수역 ‘슈스팟 성수(Shoespot Seongsu)’. ⓒ천지일보(뉴스천지)

하이힐을 신었던 루이 14세, 여인들의 꿈 ‘신데렐라 사이즈’, 게으름뱅이라는 이름을 가진 구두 ‘로퍼’ 등 구두에 관련된 짧은 이야기를 전시 곳곳에 적어 놓았다.
성수역 1번 출구로 나오니 7개의 부스로 이뤄진 성수동 수제화 브랜드 ‘프롬SS’ 건물이 보인다. 건물 앞쪽에는 빨간 원피스를 입은 고양이가 황금색 구두 위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모양의 조형물 ‘고양이의 빨간꿈’이 자리 잡고 있다. 한편 성수동은 1990년대 외환 위기를 전후해 섬유·가죽 공장들의 이전으로 수제화산업의 중심지가 됐다. 지금도 500여 개의 수제화 관련 업체가 들어서 있다.

▲ 문래역 내 물레. ⓒ천지일보(뉴스천지)

◆문래역엔 ‘물레’가 있다

문래역이 자리 잡은 문래동은 목화나 섬유산업과 깊은 관계가 있다. 1930년대 방적 공장이 들어섬에 따라 ‘유실동(실이 있는 동네)’ ‘사옥정(실을 뽑는 마을)’ 등으로 불리다가 1946년 영등포구 사옥동이 됐다. 이후 1952년 방적기계 ‘물레’의 발음을 살려 ‘문래동’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실에 물레와 목화가 전시돼 있다.

▲ 아현역 내 포토존. ⓒ천지일보(뉴스천지)

◆아현역 ‘아!現 나빌레라’ 나비 테마역

아현역은 ‘아!現 나빌레라’라는 주제로 역 내에 테마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아현역은 고가도로 아래 위치해 역 내에 기둥이 많다. 이 기둥을 활용해 한국의 나비, 곤충 사진, 나비 표본을 전시해 놨다. 포토존과 디오라마가 있다. 아현역은 동 이름을 따서 지어진 역이다. 동 이름 ‘아현’은 ‘아이고개’ ‘애고개’라고 부르던 고개에서 유래했다. ‘애고개’는 아이들의 시체를 많이 묻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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