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부터 약품에 대한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될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본 내용의 특정사실과 관계없음 ⓒ천지일보(뉴스천지)

제약사들 불안한 속내 감추며 애써 담담

리베이트 투아웃제, 또다른 기회거나 철퇴

[천지일보=송태복 기자] 7월부터 약품에 대한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될 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1년 안에 두 번 이상 리베이트가 적발된 해당 약품을 건강보험에서 영구 삭제하는 제도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약제는 판매가격이 크게 올라 사실상 퇴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약제에 대한 ‘사망선고’가 내려지는 셈이다. 리베이트는 제약사-의사간 뒷돈 거래를 일컫는 말로, 보통 해당 약품의 판매수익 일부를 의사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돼 왔다.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대한 제약업계의 외부 표정은 비교적 담담하다. 이미 관련 문제 근절을 위해 자율적인 조치를 취해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0여개의 제약사 중 상당수가 각종 리베이트를 통해 영업수익을 유지해온 점을 감안할 때 제약회사들이 합법적인 영업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이번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과 관련 한국제약협회는 지난 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리베이트 근절을 위한 자체 징계도 추가하는 등 자정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협회는 영업사원의 개인 리베이트에 대해 법인과 개인을 동시에 처벌하는 ‘양벌규정’이 적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관련법을 수정보완해줄 것을 정부에 재건의할 계획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 왜 시행되나

이번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 배경에는 중견‧중소제약사들의 끊이지 않은 리베이트 관행이 자리하고 있다.

그간 제약사 리베이트는 약품 수익 일부환원을 포함해, 의국 관련 행사비 지원 등 각종 모양의 금품과 향응 제공으로 은밀하게 이뤄졌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병원에서 처방된 약이 외부 판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대형병원 처방약으로 지정 또는 낙찰받기 위해 평소 해당 의사 및 의국을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리베이트를 해왔다.

그러나 현행법상 리베이트는 엄연한 불법이며,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제약사, 영업사원, 의사는 모두 형사처벌 받는다. 리베이트 액수에 따라 약 처방이 달라지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드러난 리베이트 규모 32개사 6890억 원

지난해 리베이트감시운동본부가 밝힌 리베이트 제약사는 총 32곳으로 총 규모는 6890억 원에 달했다. 해당 단체가 밝힌 리베이트 액수가 가장 큰 제약사는 동아제약(1332억), 중외(566억), 대웅(421억), 한미(351억) 순이었다.

실제 지난해 1월 동아제약은 전·현직 임직원 5명과 에이전트 대표이사 4명이 전국 1400여 개 병·의원에 48억 원에 달하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이밖에도 CJ제일제당과 일동제약, 대화, 삼일제약 역시 같은 혐의로 검찰 또는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지난해 제재를 받은 해당 제약사들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리베이트 투아웃제, 또다른 기회거나 철퇴

이번 리베이트 투아웃제를 통해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유통구조 산업화를 통한 제약산업의 발전이다. 제약협회도 난립한 제약사가 이를 통해 상당부분 정리되고 기술력이 있는 제약사는 약진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입지가 적은 중소형 제약사들이 낙찰에서 밀리면서 대형 제약사 위주로 구조가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제약산업 발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달리 중소제약사만 철퇴를 맞게 된다.

의약품판매대행사(CSO) 리베이트는 ‘구멍’

아울러 현실적으로 리베이트가 필요한 제약사 입장을 볼 때 신종리베이트 수법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리베이트 규제는 제약 선진국으로 가는 통과의례라는 의견과 영업전문대행업체제도의 허점 탓에 리베이트 제재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례로 제약사가 직접 나서지 않고 의약품 판매를 대행하는 CSO를 통해 리베이트 영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는 “일부 제약사들이 CSO를 리베이트 제공 수단이나 책임 회피 용도로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정부의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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