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실 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 ⓒ천지일보(뉴스천지)

1970년 서울아시안게임 유치 반납사례 피하자는 사명으로 준비
불모지인데 개최한 것 자체가 도전, 아이스하키보다 빠르고 박진감 넘쳐
복지선진국에선 프로팀 있을 정도 인기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휠체어농구의 월드컵이라 할 수 있는 선수권대회가 곧 다가왔는데, 브라질월드컵에 가려져 안타깝습니다. 대회 준비 또한 다 돼 있는데 관중유치가 관건입니다.”

오는 5일부터 14일까지 ‘희망, 열정 그리고 도전(Hope, Passion and Challenge)’이라는 슬로건으로 2014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가 인천 송림체육관과 삼산월드체육관에서 펼쳐진다. 4년마다 열리는 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에서 올해는 대한민국이 유치권을 가져왔다. 이번 대회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개국 500여 명의 선수, 임원이 참가한다. 이전대회까진 12개국이 참가했고, 이번 대회부터 16개국으로 늘었다.

복지선진국에서는 휠체어농구가 프로팀까지 있을 정도로 인기스포츠이지만 우리나라는 불모지나 다름없다. 현재 국내에는 1개 실업팀(서울시청)에 장애인클럽팀이 18개 밖에 되지 않는다. 100여 개의 실업팀과 수백 개에 이르는 클럽팀을 가진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도 턱없이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대회가 이제 코앞에 있는데도 세월호 참사와 6.4지방선거, 브라질월드컵 등에 의해 가려진 탓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김장실 조직위원장은 국민적인 관심을 호소했다. 2012년 7월 대한장애인농구협회장을 맡은 김장실 위원장은 휠체어선수권대회 유치사실을 협회장직을 맡고서야 처음 알게 됐다.

“만약 일찍 알았었다면 회장직을 수락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겐 무거운 사명이나 다름없었다. 당장 대회를 치를 예산조차 거의 확보되어 있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1970년에 우리가 아시안게임(서울)을 유치하고도 개최를 포기해 반납한 사례가 있어, 그 같은 사례는 되풀이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도 뛰었다”고 말했다.

그가 직접 발로 뛰고 정부에 적극 호소한 끝에 기본예산을 받아낼 수 있었고, 기업에도 직접 여러 번 찾아다니며 고생한 덕분에 여러 스폰서를 확보할 수 있었다.

▲ 김장실 위원장이 인터뷰 도중 준비기간 내 어려웠던 점들을 떠올리며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예산은 어느 정도 확보됐으나 그에겐 고민거리가 있다. 바로 관중유치다. 그는 “대회 준비는 다 되어 있는데, 문제는 관중동원”이라며 “세계대회는 7200석이 기준인데, 우리는 기본적으로 5300석의 관중석을 어찌 채울지가 걱정이다. 솔직히 3000명 채우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답답해했다.

그의 말대로 성공적인 개최의 관건은 관중유치다. 많은 관중이 관람하며 응원을 펼쳐야 경기장의 열기는 선수들의 열정과 함께 더해지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휠체어농구가 사실 직접 보면 아이스하키보다 빠르고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다. 보시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며 많은 관람객이 관람하러 올 것을 부탁했다. 관람료는 조직위원회의 입장권 제공으로 전 경기 무료다. 유럽에서는 결승전 경기가 120불까지 할 정도로 인기가 뜨거우나 조직위는 우리나라에서의 현실적인 점을 고려해 무료입장을 선택했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김 위원장은 대한장애인농구협회장을 맡은 이후 휠체어농구의 매력에 빠졌다. 그는 “휠체어가 넘어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서 달리는 선수를 보면 마치 전란의 폐허 속에서 지금의 경제성장을 일궈낸 대한민국을 보는 것 같다. 선수들을 만나보면 어려움을 극복해낸 당당함과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국내에도 실업팀이 많이 생겨 휠체어농구의 인프라가 구축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선수들과 코치들이 외국으로 진출하는 등의 장애인 스포츠 한류로 이어지길 기대했으며, 이번 대회가 그 발판이 되길 기원했다. 현재 국가대표 김동현(27)이 이탈리아 프로리그로 진출해 활약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개최국인 우리나라 외에 대륙별 본선 진출국은 유럽 7개국(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터키)과 미주 4개국(미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아시아-오세아니아 3개국(호주 이란 일본), 아프리카 1개국(알제리)이다. 대회기간 중 세계휠체어농구연맹에 가맹된 91개국 대표가 참가하는 세계총회도 함께 치러진다.
 

▲ 휠체어농구 국내대회 경기 장면 (사진제공: 인천세계휠체어농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한편 조직위원회는 지난달 28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자원봉사자(180여 명), 의전․통역요원(40여 명)의 발대식과 1차 리허설을 실시했다.

개회식은 5일 오후 1시부터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거행되며 이날 행사는 개그맨 박준형의 식전 사회를 시작으로 공식행사는 JTBC 장성규 아나운서와 송민교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고 국내 최고의 성악인들(대학교수) 100여 명으로 구성된 남성합창단 ‘쏠리스트 앙상블’의 축하공연과 홀로그램을 활용한 AV 퍼포먼스 등의 다채로운 공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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