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안중근 의사의 의거 100주년을 맞았다.

안 의사 의거는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암살하고 피지배국의 설움을 삭히고자 했으며 우리 민족의 자주독립의지를 만방에 천명한 기념비적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에 대해 온 세계가 놀랐다. 중국이나 러시아 역시 작은 나라 조선에서 이런 의거를 감행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과 경이를 표했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안중근 의사의 역사적 흔적이 지워지고 있다. 현재 의거 현장인 하얼빈 역에는 변변한 안내문조차 없고 현장을 알리는 삼각표시만 자리를 잡고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

올해는 특히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인 뜻깊은 해임에도 현지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기념식이 대폭 축소돼 여론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런데 100주년 기념식 축소 배후에 중국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 예정이었던 주중 한국대사, 주선양 한국총영사가 불참하는 바람에 행사규모가 다소 초라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이와 함께 광복회 주관 뤼순(旅順) 감옥 내 안중근 의사 등 독립운동가 추모관인 ‘국제 항일열사 기념관’의 개관식도 불발로 끝났다. 항간에서는 중국이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일정들이 취소됐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중국이 안 의사 의거 기념행사를 홀대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당시 중국 역시 일제의 압제 아래 고통의 나날을 겪은 조선과의 동질성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안 의사 의거는 자신들이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인이 과감하게 행한 것으로 이를 기념하겠다는 것은 당연히 함께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세계 경제 대국을 지향하는 중국이 조선인과 함께 겪은 잔인한 과거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과히 옳은 처사가 아니다.

부끄럽고 잘못된 역사도 역사의 일부라는 점을 간과하지 말고 일본의 침략 야욕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는 ‘역사 바로세우기’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의 태도 역시 비판 받아 마땅하다. 역사를 망각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식민지 조국과 민족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던 선조를 홀대하는 것이 과연 후손들의 올곧은 모습일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경제 선진국만 지향할 것이 아니라 순국선열 등 나라 위해 목숨 바친 조상들의 정신을 기리는 문화 선진국을 지향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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