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로봇연구부 공학박사 조영조

인천 송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예전에는 서해바다였던 곳이 송도신도시가 되었고, 40여개의 외국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하면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에는 송도와 인천공항을 잇는 국내최장의 서해대교가 개통되어 국제업무 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송도국제도시의 미래상은 현재 인천세계도시축전의 투모로우시티에서 미리 체험해 볼 수 있다. 투모로우시티는 쇼핑몰과 호텔 등을 갖춘 복합 비즈니스 공간인데, 미래 도시시설답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5종류의 로봇 19대가 상주하고 있다.

1층 휴게실에 가면 음료와 다과의 주문을 받고 주문품을 직접 날라다 주는 서빙로봇이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지하 1층으로 가면 지붕이 뚫려있는 광장에 그날의 주요행사를 알려주는 야외홍보로봇이 돌아다니고, 도시축전기간 동안 세계의 국수를 팔게 되어있는 쇼핑몰 한 켠에 3종류의 로봇들이 스스로 충전을 하며 쉬도록 마련된 로봇 저장소가 이채롭다. 이 로봇들은 정해진 시간동안 자동으로 쇼핑몰 안을 돌아다니며, 길을 안내하거나 무거운 짐을 옮겨주고 경비 순찰을 돌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

가서 보면 로봇이 제공해 주는 서비스가 공상과학에 길들어져 있는 일반인에게 그다지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할 수도 있지만, 로봇 연구자들에게는 자기 위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사람들 틈에서 조작자의 개입 없이 잘 움직이는 로봇이 그저 대견스럽기만 하다. 생활 속 서비스 로봇이 미래에 자동차만큼의 시장규모를 갖게 되리라고 선진국들은 모두 예상하지만, 청소로봇 이외에 그 실체적인 모습을 보기란 현시점에서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생활 서비스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로봇 스스로 자기 위치와 사용자의 요구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인지기술이 필수적인데, 세계적으로 아직 실용적 수준의 완성도를 갖춘 로봇이 잘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래 도시환경에서 생활서비스로봇을 실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2년 전부터 지식경제부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공동 투자하여 투모로우시티를 대상으로 환경인지 기능을 갖는 로봇을 개발하였고, 인천도시축전을 통해 공개하였다.

이 과정에서 고무적인 일은 로봇 비즈니스를 위한 바람직한 사업체와 연구소의 역할모델이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굴지의 통신서비스 업체가 로봇 서비스 공급자의 역할을 하면서, 대표적인 5개의 로봇제작사에서 요구사항을 반영한 로봇을 만들어 공급하였다. 아울러, 환경인지 기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최신 기술이 기업체로 이전되어 반영되었고, 공통의 부분품은 로봇부품회사가 만들어 로봇제작사에 제공하는 등 서비스로봇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체계적으로 구축되었던 것이다.

최근 필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봇연구자들로부터 인천 투모로우시티 로봇을 보여 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받았다. 우리의 로봇이 민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정보통신기술과 융합된 로봇기술의 우수성과 선도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추구에 부러움과 찬사를 보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선진문물을 배우러 외국 방문을 한 적은 많으나, 거꾸로 선진국으로부터 방문을 받은 예는 거의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가슴 뿌듯함도 느꼈다. 우리의 희망찬 과학기술의 미래를 만방에 알리기 위해 로봇은 서해의 미래도시 인천으로 몰려갔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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