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우 문화 칼럼니스트

개그맨 김제동 씨의 KBS 2TV ‘스타 골든벨’ MC 하차 소식으로 연예가 안팎이 시끄럽다. 4년 동안 ‘스타 골든벨’을 인기 프로로 이끌어 온 그가 녹화 이틀 전에 MC를 그만두라는 통보를 받은 것에 대해, 정치적 외압에 의한 일방적 퇴출이라며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김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노제 사회를 맡고 노무현 재단 출범식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등 전 정권의 입맛에 맞춘 정치적 언행을 일삼은 것에 대한 현 정권의 보복이라는 것이다.

김 씨의 중도하차가 고액의 출연료 문제 때문이라는 KBS 측의 설명은 옹색해 보인다. 차라리 “지금까지 잘해 왔으나 새로운 분위기가 필요했다”라고 설명하고 교체시기에 여유를 주었더라면 시빗거리의 빌미는 덜 주었을 것이다. 담당 PD마저 이렇다 할 만한 해명을 못 내 놓고 있다고 하니 그것의 진실 여부는 둘째치고 KBS가 여론의 뭇매를 자초한 듯하다.

김 씨는 ‘스타 골든벨’ 마지막 방송에서 눈물을 글썽이며 작별 인사를 고했는데, 시청자들의 반응도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을 것이다. 누구는 “인정머리 없는 현 정권에 의한 희생양”이라며 동정했을 것이고, 또 누구는 “속 시원한 좌파 정권의 잔재 제거”라며 두 손 들어 환영했을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김 씨의 일은 연예인들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이번 10.28 재·보궐 선거전 앞마당에도 인기 연예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선거철만 되면 늘 그래왔듯이 인기 좀 있다 하는 연예인들이 앞 다퉈 특정 후보의 선거 운동원으로 나서 춤추고 노래하고 목청을 드높였던 것이다.

선거철만 되면 인기 연예인들은 상종가를 친다. 표를 얻는데 스타 연예인들 만한 게 없고 그래서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하다못해 지자체 선거에서도 연예인들을 끌어 들이기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후보자들의 눈이 벌게진다.

연예인들이 드러내 놓고 어느 당, 어느 후보를 지지한다며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낯설지 않은 선거철 풍경이 되어버렸다. 특히 2002년 대선 때 많은 연예인들이 주저 없이 정치적 색깔을 드러냈고 이를 계기로 연예인들에 대한 정치판 문턱도 더욱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선거라는 게 전쟁과도 같아서 이긴 쪽에서는 전리품들을 나눠 갖느라 야단법석이고 진 쪽에서는 패가망신하기도 한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지지했다가 정권이 바뀌자 방송 출연에 제약을 받는 등 곤경에 처했던 이덕화 씨나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편을 들었다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심현섭 씨의 경우가 ‘줄을 잘 못 선’ 경우라면, 반대로 ‘줄 잘 선’ 덕분에 장관에 이런저런 기관 단체의 장으로 낙점 받아 출세한 이들도 수두룩하다.

연예인이라고 해서 정치적 소신을 밝히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얼마든지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피력하고 특정 당이나 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을 용인하지 못하는 사회가 오히려 촌스럽다.

하지만 어느 후보가 같은 고향 사람이니까 혹은 돈을 많이 주니까, 선거 후에 돌아올 몫이 쏠쏠 할 것 같으니까 등 정치적 소신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위한 줄서기라면, 그것이 가져다 줄 쓰라린 대가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쯤은 해야 할 것이다.

연예인이든 예술인이든 문화인이든, 줄 잘 선 덕분에 살 판 났다며 잔치판을 벌이다 시절이 바뀌어 “그만 잔칫상을 물리라”고 하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탄압이니 외압이니 해가면서 핏대를 올리는 볼썽사나운 꼴을 더 이상 보고 싶어 하는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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