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국체육대학 초빙교수

스포츠 기자 시절 많은 스타 부모들을 만났다. 스타 부모들의 공통점은 자식을 위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자식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걸고 모든 힘을 쏟았다. 야구의 최동원, 선동열, 농구의 서장훈, 전희철, 배구의 김세진, 신진식, 골프의 박세리, 한희원의 부모들이 모두 그랬다. 이들이 성공할 때, 부모들의 성공적인 뒷바라지가 언론에 보도됐다. 스타들이 정상을 차지하면 스타부모들의 교육방법이 화제가 됐고 부모들도 덩달아 뉴스의 인물이 됐다.

야구기자 때 만난 최동원의 아버지 최윤식 씨는 6.25전쟁 때 한쪽 다리를 잃어 의족을 하고 다니면서도 자식의 일거수 일투족 등 모든 것을 관리하는 철저한 부정(父情)을 보였다. 한편에서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핀잔을 받기도 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식 잘되는 일이라면 어떠한 일도 감내했다. 최동원은 이러한 아버지의 헌신에 보답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실어 공을 던질 때마다 아버지를 가슴에 담았고 투수로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필자와 가깝게 지냈던 서장훈의 아버지 서기춘 씨는 모든 농구기자들의 개인신상을 파악하고 경조사까지 직접 챙길 정도의 열성을 보였다. 195cm의 장신인 서기춘 씨는 홍익대 미대출신으로 광고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서장훈이 초·중·고, 대학과 프로선수로서 활동을 할 때 만난 대부분의 농구기자들과 정을 붙이며 살갑게 지냈다.

월드스타 김세진의 아버지는 바쁜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도 일선 감독들과 밤샘 술을 마시며 자신의 아들을 친자식 마냥 엄하게 지도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 씨는 골프대디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던 케이스. 골프담당 시절 자주 술자리를 하기도 했던 박준철 씨는 박세리가 아마추어 시절에 선굵은 행동으로 골프선수 학부모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박준철 씨가 가는 곳마다 많은 골프 학부모들이 동행할 정도였다. 박세리가 아마정상에 설 수 있었던 비결로 페이웨이 우드용 드라이버를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필자에게 밝혀 놀라게 하기도 했다.

‘피겨 여왕’ 김연아가 최근 파리그랑프리대회에서 월등한 기량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것을 보면서 스타부모들의 보이지 않는 역할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머니 박미희 씨, 아버지 김현석 씨의 든든한 후원으로 김연아는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할 수 있었다.

스케이트를 좋아했던 부모의 손에 이끌려 유치원에 다니던 7살무렵 과천시민회관의 스케이트장을 찾았던 김연아는 취미삼아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했다. 김연아는 처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할 때는 부모의 강요도 없었으며 코치의 체계적인 지도도 없었다. 피겨스케이팅이 그냥 좋아 개인적으로 즐기는 수준이었다. 피겨스케이팅에 몰입하는 자식의 모습을 주의깊게 지켜 본 김연아의 부모는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배우는 다른 여느 딸과 달리 피겨스케이팅을 본격적으로 시키기로 하고 정식 선수의 길로 들어서게 했으며 현재의 세계적인 피겨요정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김연아는 “엄마가 저 때문에 잃었던 모든 것을 되돌려 드리고 싶어요. 여러분 주위에는 좋은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늘 곁에서 여러분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며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19세의 어린 나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식을 위해 쏟아넣은 부모의 마음을 잘 읽고 말한 듯하다.

선수들이 성공할 때 부모들은 축하받고 사람들은 어떻게 스타로 성장시킬 수 있었는가를 알고 싶어한다. 많은 사람들은 선수들의 성공과 실패는 부모들에게 크게 의존한다고 말한다. 선수가 성장하는데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영향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영향력도 자식의 자연스런 스포츠몰입이 전제될 때 그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성공할 수 있다. 부모 이전에 선수들의 기본자세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외국의 경우도 골프의 타이거 우즈, 테니스의 윌리엄스 자매, 축구의 지네디 지단과 앙리 등 세계적인 스타들도 운동을 시작할 때 재미삼아 하게 됐으며 이를 눈여겨 본 부모들이 본격적으로 거들어 세계적인 선수로 대성할 수 있었다. 부모 이전에 선수 자체가 먼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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