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3일 후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서울을 방문하게 된다.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공식 방문하기 전 서울을 찾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당황함이 역력히 나타나고 있다. 가뜩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눈부신 정상외교에 위축되어 있던 북한에게 이번 시 주석의 서울 방문은 그 타격의 절정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아직 집권 3년에 접어들고 있는 김정은은 자기의 최대소원인 중국방문을 위해 압록강 다리 근처에도 못 가본 안타까운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전 주민에 대한 ‘주체사상’ 교육을 강화해 모든 분야에서 주체를 확립해야 한다며 그 길만이 체제를 수호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는 바로 시진핑 주석의 대한민국 방문을 계기로 다시 변화될 한반도의 지정학적 구도와 통일환경 조성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나오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다.

신문은 이날 1면 전체에 게재한 ‘위대한 사상의 힘은 무궁무진하다’라는 제목의 편집국 논설에서 “자주로 일관된 주체사상, 선군혁명사상에 의해 우리 인민은 자주성이 강한 인민으로 자라날 수 있었고 정치와 군사, 경제와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주체를 철저히 확립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신문은 “혁명과 건설에서 언제나 자주적 대를 확고히 견지해 오신 대원수님들(김일성·김정일)의 영도가 있었기에 제국주의자들의 그 어떤 강권 책동도, 대국주의자들의 압력도 우리 인민을 굴복시킬 수 없었다”며 “자주·자립·자위의 사회주의 강국은 대원수님들의 혁명사상이 안아온 결실”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이 표현한 ‘대국주의자들의 압력’은 중국을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장성택 숙청 이후 북중 관계가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북한보다 먼저 남한을 방문하는 현 상황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문은 이어 “당이 제일 경계하는 것은 물질적 조건을 운운하면서 사상 발동을 소홀히 하는 것”이라며 “닭알(달걀)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이 우리 당이 주장하는 사상론”이라고 사상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한 신문은 “적들과의 대결은 군사적 대결인 동시에 사상의 대결이고 사상에서 한걸음 양보하게 되면 두 걸음, 세 걸음 양보하게 된다”며 “사상전선에서는 그 어떤 경우를 불문하고 한 치도 물러설 자리가 없다”고 역설했다.

신문은 또 사상교육의 중요한 부분은 외부사조를 막는 것이라며 “적들이 끈질기게 들이미는 자본주의 독소가 우리 지경을 넘어서지 못하도록 모기장을 2중, 3중으로 든든히 치면서도 제국주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을 물거품으로 만들기 위한 주동적인 작전을 전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노동신문 편집국 논설 형식으로 자주와 사상교육을 강조한 것은 국제사회의 고립과 지속적인 경제난 속에서 주민 동요를 막고 기강을 확립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북한은 올 들어 당 사상일꾼대회, 전국예술인대회 등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며 지난해 12월 장성택 숙청 이후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를 잠재우고 김정은 유일 영도체계 확립과 체제 안정을 위한 ‘사상전’에 총력하고 있다.

북한의 편협한 주체사상은 한-중 정상의 접근이 곧 자신들의 외교적 고립이라는 단수적 발상으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땅을 밟고 태평양으로 나가기를 바라면서 중국의 경제적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으로선 중국 국가원수의 서울 방문이 무척이나 서운할 것이다. 대안은 없는가. 간단하다. 김정은이 먼저 중국을 가면 되는 것인데 저렇듯 장거리 발사체나 뻥뻥 쏴대고 있으니 이건 중국을 건드리며 스스로 북-중 관계의 다리를 허물어뜨리고 있는 행동이어서 무척이나 답답하다. 이번 시진핑 주석의 대한민국 방문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번영과 우리 정부의 통일정책에 새로운 전환을 가져다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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