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3일 강릉아산병원 응급실 정문으로 가짜 임 병장이 이송되는 모습. (사진출처: 연합뉴스)

국방부 “병원 측서 대역 먼저 요청했다”
강릉아산병원 측 “요청한 적 없다” 반박

이튿날 국방부 “129서 대역 요청” 번복
129 환자이송단 “그런 적 없다” 반박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국방부가 부상당한 탈영병을 병원으로 후송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을 따돌리고자 ‘가짜 임 병장’을 등장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대역’ 아이디어 근원지가 어디인지를 두고 국방부가 병원 측에 책임을 전가하다가 129 구급차(민간 응급환자 후송단)에게 책임 전가를 번복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3일 고성군 현내면 인근 야산에서 군 수색대에게 포위당한 채 대치하던 임모(23) 병장이 오후 2시 55분 자신의 K2소총으로 자살시도했다. 군은 곧바로 임 병장을 생포, 국군강릉병원으로 후송시켰으나 출혈이 심해 민간병원으로 이송했다.

문제는 이후부터였다. 생포한 뒤 등장한 구급차는 4대였다. 취재진은 임 병장을 태운 응급차가 어떤 차인지 알 수 없었다. 2대는 강릉동인병원으로, 나머지 2대는 강릉아산병원으로 갈라졌다. 강릉아산병원에서도 한 대는 응급실 정문으로 한 대는 지하로 빠졌다.

군은 취재진에게 강릉아산병원 응급실 정문에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가짜 임 병장’을 태운 응급차가 멈추는 위치까지 정해줬다. 취재진은 응급실 정문에서 임 병장의 후송 모습을 취재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늘색 모포로 덮인 가짜 임 병장이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가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진짜 임 병장은 지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이송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앞다퉈 보도한 응급실 정문 취재는 오보로 판명됐다.

◆병원도 아니고 129도 아니면 누가 시켰나

24일 국방부 한 관계자는 4대의 응급차를 이용해 취재진 교란작전을 벌인 것을 인정했다. 군 관계자는 “강릉아산병원에서도 진짜 임 병장이 탄 ‘129 구급차’는 지하의 물류창고를 통해 응급실로, 가짜 임 병장이 탄 군 구급차는 응급실 정문으로 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릉아산병원 측에서 ‘응급실 앞에 취재진이 많아 진료가 제한되니 별도의 통로를 준비하겠다’면서 국군강릉병원에 가상의 환자를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런 내용이 국군강릉병원장인 손모 대령에게 보고됐고 그렇게 하기로 협의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강릉아산병원은 응급실로 들어가는 길목이 좁아 구급차가 들어가기 어려웠고 임 병장의 혈압도 매우 위험한 수준이어서 곧바로 처치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며 “이런 점 때문에 강릉아산병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릉아산병원 측은 “대역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우리도 환자가 도착한 뒤 대역인 줄 알았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25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서 가짜 임 병장 위장 건에 대해 “129 구급차 환자이송단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번복했다. 김 장관은 “진로가 비좁고 취재진이 많은 상황에서 환자의 보호를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민중의소리’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임 병장을 직접 이송한 A기사는 “협조만 하는 민간업체 입장이라 이송에 대한 부분을 주도할 수 없다”며 129 쪽에서 환자보호 요청을 했다는 국방부 말은 “금시초문”이라고 일축했다.

이같이 국방부가 임 병장의 생명을 우선시 했다는 점은 인정받고 있으나, 해명을 번복함에 따라 오보를 양산하고, 국민을 속인 ’가짜 임 병장’ 논란에 따른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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