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일녀 기자]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단계인 우리은행 매각이 본격화된다. 당초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번 민영화 시도에 대해 ‘직을 걸고 추진하겠다’고 천명했었다. 그만큼 금융권 안팎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지고 있지만, 이번에도 완전한 민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오는 23일 매각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우리금융 매각 방식을 최종 확정한다.

앞서 신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은행 매각 방안 관련해 “경영권에 관심 있는 그룹과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는 재무적 투자자 그룹으로 나눠 매각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의 정부(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 56.97% 중 30%(경영권 보장 가능 지분) 가량은 일반경쟁입찰 방식으로 통째로 팔고, 나머지 27% 가량은 10% 미만 단위로 쪼개 재무적 투자자 서너 곳에 분할 매각(희망수량입찰방식) 한다는 게 이번 매각 방안이다.

결국 지분 30%를 가져가는 쪽은 경영권을 갖고 사실상 우리은행의 주인이 된다. 희망수량입찰방식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인수를 희망하는 수량과 가격을 받아 높은 가격을 써낸 투자자들에게 파는 방식으로, 투자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유효경쟁을 성사시켜야 할 때 도움이 되는 입찰방식이다. 이들에겐 인센티브로 향후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수 있는 콜옵션이 부여된다.

이번 매각의 관건은 정부 방침대로 경쟁 입찰이 성사될지 여부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우리은행 경영권 인수전 참가 의향을 밝힌 곳은 교보생명뿐이다. 교보생명은 그동안 은행업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올 1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우리은행 매각에 대한 구체적 일정이 나오면 인수를 검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만약 교보생명이 단독 입찰할 경우 우리은행 매각은 또다시 무산된다. 현행 국가계약법상 국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을 매각할 때는 2곳 이상이 공개경쟁 입찰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유찰되면 복수 입찰자가 나올 때까지 30% 부분만 다시 팔면 된다”고 말했다.

또 경영권이 걸린 우리은행 지분 30%를 사들이기 위해서는 최소 3조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교보생명이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 300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적 투자자 없이는 단독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교보생명과 사모펀드 간 제휴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교보생명 외에 다른 후보가 경영권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 재무적 투자자들에게만 지분 매각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완전한 민영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 지분 일부를 줄이는데 그쳐 결국 ‘생색내기 민영화’로 끝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민간 경영연구소 자문위원은 “정부가 세 차례나 일괄매각을 고수해 민영화에 실패하고도 이번에 또 일괄 매각을 고집하는 것은 관료들이 자기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일 뿐”이라며 “정부가 민영화 의지 자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희망수량입찰방식으로 지분 27%만 팔 게 아니고 경영권 지분 30%를 헐어서라도 더 팔아 정부 지분을 계속 줄여나가야 한다. 하지만 이렇게 지체될수록 국민 부담만 늘어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30% 경영권 지분매각과 희망수량입찰방식, 투트랙으로 추진하는 것은 금융당국에는 안전한 길이나 결국 두 방안 모두 실패할 것”이라며 “30% 이상 대주주가 생기는데 누가 3~5%씩 지분을 가지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빠른 시일 내에 매각하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길이라는 목표 아래, 우리은행의 주주 구성을 대주주 없이 과점주주군으로 형성한다는 것과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계속 판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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