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초고령 사회(2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 2050년 세계 최고령 국가(32.5%). 이는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앞에 도래할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실버산업 등 고령화 사회에 대한 준비가 잘 되고 있을까? 이에 대해 많은 국민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어르신들의 경우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며, 후손에게 더 살기 좋은 시대를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뒷줄 맨 오른쪽)이 어르신들과 함께 '화이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어르신, 요즘 뭐가 제일 힘드세요?”

길을 가던 고현종(50, 남)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지친 표정으로 벤치에 앉아 있는 한 노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노인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깊게 파인 눈주름은 오랜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무슨 험한 일을 했는지 손톱은 까맣게 물들어 있었고 손 마디마디가 흉터투성이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노인은 “우리가 살기엔 세상이 너무 힘들어”라며 힘없이 말했다. 노인은 “자식은 물론 사회로부터 받는 소외감이 매우 크다”면서 “너무 외롭다”고 호소했다. 그리고선 고개를 떨구었다.

이 같은 과거를 회상하던 고 사무처장은 기자에게 “어르신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노인복지 사각지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매우 심각하다”며 “정부가 추진하는 노인을 위한 정책은 노인들의 삶의 질 개선에 비해 너무 뒤처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인의 삶을 외면한 세상이 그저 쳇바퀴처럼 돌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힘없이 세상을 떠나는 어르신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분이 많을 텐데…. 정부는 어르신들의 손을 잡아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숨진 지 5년 만에 발견된 백골의 노인’ ‘반지하에 살던 노인 사망 후 20여일 만에 발견’ 등의 잇따른 사고 소식은 우리 사회의 노인복지 사각지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각지대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피해를 보는 노인들이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노인복지 문제를 당사자인 어르신들과 함께 피부로 직접 느끼고 있었기에 그의 말에는 진실함이 묻어났다.

고 사무처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필요했던 게 ‘노동조합’ 형태의 조직이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이에 지난해 4월 노동조합인 노년유니온이 만들어졌다.

“노동조합의 고유권한인 단체교섭을 활용해 정부와 노인정책 전반에 대한 교섭을 직접 하게 됐습니다. 당사자인 어르신들이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하고, 현재 진행하는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건의하고 있습니다.”

사실 노년유니온을 처음 만들었을 때 주변에선 “노동조합? 그게 가능해?”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노인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국내에선 놀라움이 컸던 것이다. 이에 따라 조직원들은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더욱 자발적으로 단체를 꾸려나가고 있다.

이들은 ▲자주적 노인상 정립 ▲자립적 생활기반의 조성 ▲세대통합 구축 ▲보편적 복지실현 등을 ‘4대 가치’로 삼고,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암세포처럼 퍼져 있는 복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 사무처장도 단시간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기에 단계를 밟아 일을 처리해 나가고 있다. 그는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가 먼저 앞장서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분명 정부와 사회도 변화의 물결에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노년유니온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노인일자리 확대’다.

“기초노령연금(월 20만 원)이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노인들의 삶을 돕기 위해 노인일자리(월 20만 원)를 만들었지만 일부 사람만 참여합니다. 일자리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이에 따라 노년유니온은 자체적으로 지하철 택배, 식당 등을 운영하면서 노인들의 경제적 어려움 해소에 도움을 주고 있다. 단체는 자리가 잡히면 사업을 확대해 더욱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 사무처장은 현 시점이 ‘세대통합’을 이뤄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젊은층이 겪는 문제점을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어르신들은 최저임금, 등록금, 실업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젊은층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젊은층도 노인문제를 하나씩 알게 된다고 고 사무처장은 말했다. “소통을 통해 세대통합이 이뤄지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구성원으로서 노인의 삶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사람들은 흔히 ‘노인’이라고 하면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를 많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이 젊고 멋진 어르신들이 매우 많습니다. 실천하는 어르신, 자주적인 어르신의 모습을 사람들이 알기를 바라며, 후손들이 어르신을 존경하는 세상이 하루빨리 만들어지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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