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패키지 매각’ 불투명… 하이텍 매각도 시들
‘김준기 회장 사재출연 방식’ 놓고 채권단과 마찰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속도를 내던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인천스틸, 동부발전당진, 동부익스프레스 등을 매각해 2015년까지 2조 7000억 원을 마련한다는 자구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동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축인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매각이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신용강등’ 역풍을 맞으면서 지난 4월부터 끌어온 ‘동부패키지’ 인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동부패키지’ 인수 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상태다. 앞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1일 포스코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현재 포스코가 재무구조 개선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게다가 포스코의 계열사인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를 4311억 원에 인수하면서 자금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포스코 권오준 회장의 경영방침이 재무구조 개선과 신용등급 회복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 만큼 사실상 인수 포기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동부그룹과 채권단이 동부제철 구조조정과 관련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 기한을 넘겨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방식을 둘러싸고 양측의 이견이 커 재무구조 재약정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할 당시 사재 1천억 원을 털어 이 중 800억 원을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경영정상화를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동부 측은 김 회장의 사재 출연 계획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자금의 유동성이 있는 만큼 동부제철이 아닌 다른 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는 게 동부그룹 측의 입장이다. 반면 채권단은 동부제철의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기존 유상증자 약속을 그대로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의 또 다른 축인 동부하이텍 매각 협상에 SK하이닉스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불참했다. 동부하이텍 매각 역시 차질을 빚으면서 동부그룹 구조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동부하이텍은 국내 유일의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이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업계와 이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파운드리 업계로 구성된다.

앞서 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 측은 지난 18일 예비입찰에서 외국 기업 1곳을 포함해 국내외 펀드 등 3곳 이상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본 입찰은 7월 중 실시할 예정이다.

채권단은 동부그룹 구조조정을 위해 외국 기업이라 할지라도 인수 기업이 나타나면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동부하이텍을 펀드 또는 해외에 매각하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업계와 채권단이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술 유출을 놓고 공방이 오갈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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