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민신청자 지원 실태 ⓒ천지일보(뉴스천지)

난민법 시행 1년, 평가 어려울 만큼 처우 개선 안돼
생계지원비, 난민신청자의 10%만 받는 셈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우리나라가 ‘난민지위에 관한 유엔 협약’에 가입한 지 22년, 난민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다. 난민인정자는 지난해 말 기준 381명(누계)이며, 난민신청자는 6643명(누계)이다. 지난해에는 역대 가장 많은 신청자(1574명)가 몰렸다. 아울러 법무부에 난민정책을 총괄하는 난민과가 신설되는 한편 난민법이 시행되고 정부 예산 133억 원을 들인 난민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 ‘세계 난민의 날(20일)’을 사흘 앞두고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있는 난민인권센터에서 이 단체 김성인 사무국장을 만나 국내 난민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 우리 사회가 난민을 바라보는 시각은.
‘난민’이라고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이 먼 나라, 후진국, 특정 대륙에서 발생하는 피해자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전쟁, 자연재해, 종교 갈등, 재난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예외일 수 없다. 난민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을 때, 통제할 수 없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등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순간, 또는 보호받기를 거부하는 순간에 발생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 난민 증가 추세에 따른 전망은.
세계화 시대이지 않은가. 난민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현재 자본이 그러한 것처럼 인적 자원의 이동 또한 막을 수 없다. 특히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보트가 아닌 비행기를 타고 탈출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언젠가는 한 국가나 국민이 생각하는 인권보호의 범위도 ‘자국민’에서 ‘인간’으로 확대되는 시점이 오리라고 본다.

― 지난 7월부터 난민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를 평가하자면.
난민법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샴페인에 비유하자면 너무 일찍 터뜨린 게 아닌가 싶다. 정부는 법이 어떻게 시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으로, 바로 인권이 신장하기라도 한 것처럼 홍보했다. 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아쉽게도 1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바뀐 게 없다. 그러한 관점에서 법을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 든다.

― 개선해야 할 부분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는 난민신청자의 처우 부분이다. 난민법에서는 정부가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비를 지원해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책정된 예산이 턱없이 부족해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할지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올해 생계비 예산은 3억 4398만 원이다. 이는 150명이 6개월(취업 허가가 떨어지기까지 걸리는 기간) 동안 38만 2200원(1인 지원금액)씩 받으면 소진되는 금액이다. 2013년의 경우 난민신청자가 1574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 신청자의 10%만 생계비 지원을 받는 셈이다. 지원금액도 올해 국민 1인당 최저생계비인 59만 원의 67%에 불과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난민지원센터에 집중된 지원비를 분산해야 한다. 올해 센터 운영비는 23억 원 정도다. 이는 난민신청자 1000명 이상이 지원받을 수 있는 생계비와 맞먹는다. 현재 센터 직원은 37명이며 22명의 난민신청자만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난민신청자들이 센터를 찾지 않는 이유를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들은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리며 인간답게 살 권리를 누리기 위해 한국에 온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보호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정부는 난민 ‘보호’의 개념부터 다시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난민신청 과정에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난민심사는 공정하면서도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해야 하는데 출입국공무원의 판단만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폭언을 하는 공무원도 있고, 면담 기록이 신청자에게 불리하게 작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을 개선하고 보완하기 위해 영상녹화가 필요하다. 또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전문통역 인력도 대거 늘려야 한다. 현재 통역사들은 20~30시간 관련 교육을 받는 게 전부다. 갈수록 낮아지는 난민 인정률도 높여야 한다.

― 우리사회에 난민에 대한 잘못된 기준이나 접근방법이 있다면.
난민신청자 가운데 서민층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우리가 생각하는 엘리트 직업을 가진 분들이 부각되는 게 아쉽다. 언론에서도 난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사회에 보탬이 될 거라는 시각에서 이러한 분들을 띄우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러한 접근방법은 위험하다. 난민에 대한 접근 기준은 ‘인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분쟁과 갈등 속에서 가장 많이 고통을 당하는 사람은 아동, 청년을 비롯해 지극히 평범한 서민들이다.

― 마지막으로.
이들을 난민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민으로 생각하는 순간 선입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나에게도 가족이 있는 것처럼 이 사람도 누군가의 아버지이거나 어머니이고 형제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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