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비 줄고 대북 쌀 지원 중단에 재고미(米) 100만 톤 이상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벼농사는 풍년이지만 농민들은 풍년 소식이 달갑지 않다. 쌀이 과잉 생산되면서 쌀값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현재(5일 기준) 쌀값은 한 가마 80㎏당 14만 6976원으로 지난해 16만 2416원보다 9.5% 가 떨어졌다. 또 산지 벼값은 지난해 40㎏가 5만 4250원에 비해 8천~1만 원과 2007년 대비 3천~5천 원보다 낮은 4만 5천 원대로 형성됐다.

농협은 올해 전국 쌀생산량이 지난해 484만 톤보다 16만 톤이 줄어든 468만 톤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소비량은 437만 톤에 그쳐 올해만 쌀 31만 톤이 재고미가 될 전망이다. 게다가 8월 말 농협이 보유한 재고미는 20만 8천 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 톤과 비교하면 88.7%가 증가했다. 민간보유량까지 합하면 재고 쌀 물량은 100만 톤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농민 “대북 쌀 지원정책 중단, 재고미 늘었다”

농민들은 “빵과 같은 밀가루 제품 소비가 늘면서 쌀소비가 줄어 쌀값이 폭락했다”며 “정부가 ‘대북 쌀 지원’을 중단해 재고미가 증가한 것 또한 큰 이유”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때에는 대북지원으로 매년 재고미 40~50만 톤을 줄여왔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됐다.

국민 1인당 연간 쌀소비량은 매년 줄어 지난 2002년 87㎏에서 2007년엔 76.9㎏으로 감소했다.

◆소비자 “쌀값 폭락 모르겠다”

소비자들은 쌀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농가에 따르면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주는 유통기업이 이익을 취한다는 것이다.

농민들은 “농협미곡종합처리장(RPC) 조합들이 겉으로는 쌀값 하락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쌀값이 떨어질수록 자기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 실질적으로 농민들과 뜻을 같이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농림부, 쌀 가공산업 장려

농림수산식품부(농림부)는 11월 중순경부터 쌀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10만 톤을 추가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하기로 했다. 농림부는 “올해 생산된 쌀 가운데 평년보다 초과 생산된 물량 10만 톤을 추가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시키면 80㎏ 쌀 가격이 2천 원가량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정부는 쌀 가공산업이 활성화되도록 군대나 학교에 밀가루 제품을 쌀 가공식품으로 대체 및 제공해 소비를 늘릴 계획이다. 군대의 경우, 월 1회 제공되던 떡을 2회로 늘리고 쌀국수도 3회 제공키로 했다. 건빵에 든 쌀 함량도 종전 13%에서 30%로 올리고 내년부터 생일을 맞이한 하사 이사 군·장병 47만여 명에게 1인당 1만 원 상당 ‘쌀떡 케이크’를 전달할 예정이다.

장태평 농림부 장관은 “정부는 농업인의 불안심리가 커지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방안을 동원해서 수확기 시장안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판매할 물량에 대해 정상적으로 출하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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