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회 김승곤 회장 인터뷰

▲ 세종문화상을 수상한 한글학회 김승곤 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순수한 우리 말 찾기에 이 생명 다 바치리라”

김승곤(한글학회) 회장은 금년에 국어학계에서 가장 큰 상인 ‘세종문화상’을 수상했다.

김 회장은 “다른 훌륭하신 분들도 많은데 제가 받게 되어 앞으로 이 생명 다할 때까지 국어연구를 더 열심히 해서 많은 저서와 논문을 내야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글자의 기원에 대해 “세계에 400여 종의 글자가 있는데 현재 50여 종이 쓰이고 있는 바, 그 대표적인 글자는 로마자와 한자”라고 말했다. 이어 “한자가 청조체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약 4600년, 로마자는 이집트의 히에로글리프(상형문자)부터 약 3200년, 그리스 문자는 B.C 900년 페니키아 문자를 기초로 새롭게 사용했으나 한글은 창제 당시 14~15년 만에 만들어졌으면서도 가장 과학적이고 예술적”이라며 한글의 과학성과 예술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 “한글은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글자꼴이 아주 간단해서 배우기 쉽고 읽고 쓰기에 쉬운 점에서 뛰어나며 정보전달을 하는 데 가장 알맞은 글자”라고 전했다.

또한 모음이 가장 많아 자음과 모음, 자음과 모음과 자음을 결합해서 1만 1172개의 음절을 만들 수 있어 세계의 어떤 나라의 말도 적을 수 있고 바람 소리, 새와 짐승들의 소리까지도 다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아’와 ‘어’의 느낌이 다르고 ‘가물가물’하는 것과 ‘거물거물’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한글은 양성모음과 음성모음이 있어서 양성모음은 밝은 느낌, 음성모음은 어둡고 둔탁한 느낌을 주는데 그런 말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말은 상징어가 약 1000여 개가 되는데 소리 시늉어, 짓 시늉어가 세계에서 가장 많을 뿐 아니라 토시와 씨끝(어미)이 아주 발달돼 있어서 시와 같은 문학 작품을 쓰는 데 가장 적합한 글자라는 것이다.

또 그는 한글의 장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어를 적는 로마자 ‘A’는 12가지로 발음이 되기 때문에 영어를 배울 때는 반드시 발음기호가 따로 필요하므로 사전 없이는 공부할 수가 없다. 그러나 훈민정음은 음소문자로서 기역은 [그]라는 한 가지 소리만 낼 수있기 때문에 발음기호가 따로 없다. 그래서 한글은 그만큼 배우기 쉽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익힐 수 있다.

또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한글의 제작 원리가 음양오행설 등의 동양철학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특히 모음의 창제는 천지인(天地人)을 바탕으로 모음 11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끝으로 “국어학에서 아직도 연구할 분야가 많다. 세세한 분야까지 연구를 해서 우리 국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규칙을 찾아내야 하는데 그런 정도까지 이르지 못한 부분이 많이 있다”며 “앞으로 그런 부분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했다.

이에 덧붙여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토박이말을 찾고 발굴해야 하며 순수 우리말 사전과 고어ㆍ방언ㆍ외래어 사전 등의 편찬 작업이 시급히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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