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0여 일이 지나면 제6기 지방자치 임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지난 6.4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단체장과 지방의원 등 3952명이 자신이 맡은 일을 책임지고 대표자로서 직무를 수행해 나갈 것이다. 그중에는 다선(多選) 경력자도 있을 테고 선거 공직을 처음으로 담당하는 신출내기도 있을 테지만 누구든 각오는 한결같을 것이다. 지역주민을 편하게 하고 지역을 발전시키겠다는 지방자치가 갖는 본연의 사명만은 명심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은 그 대표자들이 자치행정을 이끄는 데 호락호락한 여건이 아니다. 가장 큰 짐은 중앙이라는 거대한 조직이고, 인력, 재정, 권한 등 여러 면에서 제한돼 있는 자치제도의 맹점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90년대 초, 본격적인 지방자치가 실시되고 지금까지 20년 이상 진행되는 동안 발전됐다고는 하나 지역의 문제, 지역의 행정, 지역의 정치 등을 남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기의 의사를 자기 힘으로 독립적,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지방자치의 본래의 뜻하고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그래서 지방자치 현장에서 생활자치를 수행하는 공직자들은 지금까지 있어온 지방자치를 두고 무늬만 지방자치라 했고, 또 지방자치 학자들은 형해화(形骸化)된 지방자치라고 하기도 했다. 이 말은 지난 90년대 지방자치가 시작되던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방자치의 특색과 현실을 논할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나온 말인데, 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중앙정부였고,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의 종속으로 아는 못난 정치권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재선된 박원순 시장은 권한과 재정이 중앙정부에 종속된 현재 상태에서는 진정한 지방자치가 꽃피기 어렵다고 했다. 특히 인구 천만 도시의 시장이 국장 한 명을 더 늘릴 수가 없다는 박 시장의 푸념은 중앙기관에 의해 일일이 통제받는 지방자치 현실을 가장 잘 대변한 표현이라 하겠다. 그런 실정임에도 중앙정부 시각은 지방과 중앙이 협력하는 동반관계라 변죽만 울리고 있으니, 껍데기만 남은 지방자치가 중앙의 덫에서 벗어나 본래의 모습을 찾을지 요원하다. 언제쯤 진정한 지방자치가 꽃피어날지 막막한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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