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통일IT포럼 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지난 20119월 미국은 선발명주의(First to Invent)를 선출원주의(First to File)로 바꾸는 즉, 발명을 먼저 하는 자가 아니라 출원을 먼저 하는 자가 특허권을 갖게 되는 내용으로 특허법을 개정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개정안을 미국 최고의 공립학교인 토마스 제퍼슨 과학기술고등학교에서 서명하였는데 서명 전 연설에서 앞으로 학생들의 머리가 특허를 생산하는 두뇌공장이 돼야 하고 학생들이 과학기술과 지재권에 대한 전문가가 돼야 세계특허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는 현재보다 훨씬 더 총칼 없는 글로벌 지식전쟁과 특허전쟁의 시대로 나아갈 것이다. 지식과 특허전쟁은 유형의 재산이 아니라 무형재산의 전쟁이다. 지식재산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고 지식전쟁은 세계 1위만이 살아남는, 승자 독식의 전쟁이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ICT)산업의 수출액과 무역수지는 역대 최고기록을 계속 갱신하고 있지만 기술 무역에서는 만년 적자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최근 작성한 기술무역통계에 따르면 2012년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는 5741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OECD2011년 기준으로 2013년 초까지 취합한 통계에서는 우리나라 기술무역수지는 최하위인 31위를 기록했다.

기술무역수지란 국가 간에 기술과 지식을 주고받는 서비스 거래를 말하며 생산기술을 비롯해 특허권, 상표권 등의 수출입이 이에 해당된다. , 기술무역의 수출입을 말하며 한 나라의 기술 혁신 성과를 나타내는 지표로도 자주 인용된다.

또한 기술수출을 기술수입으로 나눈 우리나라의 기술무역수지비는 0.48로 외국에서 10개의 기술을 도입할 때 5개의 기술도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성장잠재력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미래 성장잠재율의 하락을 막으려면 지식재산인 특허권을 질과 양을 높이고 확대해야 한다. 상품 수출 못지않게 무역수지 개선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기술무역 수지 개선을 위해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구성하기로 한 기술무역협의체(가칭)’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한다. 국제무역연구원이 발간한 창조경제실현을 위한 기술무역이 나아가야 할 길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기술무역 확대 제약 요인으로 기술혁신 예산 부족과 중소기업지원 미비, 핵심 과학기술인력의 수급불균형, 기술개발 및 상용화 종합지원체계 미흡, 과학기술인프라 질적 수준 열악 등을 들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에 산업경쟁력이 바닥을 헤매고 감당하기 어려운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일본에 내줘야 할 위기에 몰린 적이 있었다. 이를 전환하는 계기가 특허 중시 정책(Pro-Patent Act)이었다. 그동안 등한시했던 특허를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재평가하면서 미국의 모든 정책과 법 제도를 이에 맞춰 개조했다. 이제 미국은 세계 최고의 특허강국으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명실상부한 세계 1위로 전 세계 인재가 모여드는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기회의 땅이 됐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는 국가개조를 강력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429일 국무회의에서 과거로부터 잘못된 형태를 바로잡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잡을 것이라며 모든 것을 원점에서 국가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조했다.

미래의 대한민국을 위해 국가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의 지속을 위해서 국가기술무역 수지 개선을 위한 법제도와 정책은 물론 현 실태와 문제점을 치밀하게 검토해 국가개조의 일환으로 근본 대책을 강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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