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마트 PNB 산양분유와 타사 산양분유 가격 비교, 이마트 PNB 분유

이마트·롯데마트 “이름 있는 회사 제품, 믿어 달라”
소비자 “굳이 바꿀 필요까지는… 쉽게 손길 안가”

[천지일보=김지연 기자] ‘반값 분유’가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모양새다. 앞서 ‘반값 홍삼’을 처음 선보였던 이마트는 반값 분유도 업계 최초로 내놓는 데 일단 성공했다. 이름은 ‘프리미엄 스마트’ 분유다.

이에 놀란 듯, 롯데마트는 오는 19일에 산양분유 제품을 반값에 선보이겠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이름은 ‘귀한 산양분유’다.

이번 반값 분유들은 PNB 제품으로 나왔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모두 ‘파스퇴르’ 한 곳과 손을 잡았다.

PNB는 제조업체 브랜드(NB)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판매처는 PB처럼 특정 유통점에 한정한다. 즉, 파스퇴르라는 이름을 그대로 부각시키지만 ‘프리미엄 스마트’는 이마트에만 있고 ‘귀한 산양분유’는 롯데마트에서만 살 수 있다. 분유 소비자가 품질과 안전에 민감한 아기 어머니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 PB 방식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계산을 했을 것은 당연하다. 파스퇴르는 고가 제품으로 오랫동안 이름을 알려온 브랜드다. 1980년대 설립돼 롯데에 인수됐고 현재는 롯데푸드에 속해 있다.

롯데마트를 두고 롯데푸드가 이마트와 먼저 공동기획을 진행한 이유에 대해서는 추측이 무성하다. 그러나 속사정이 무엇이든 이마트는 파스퇴르라는 이름을 빌려 분유를 내놨고,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파스퇴르로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현재 일반 분유시장은 남양유업이 점유율 40%를 넘기며 1위, 매일유업이 30% 이상으로 2위를 차지하고 있어 파스퇴르로서는 벽을 넘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미지수다. 16일 기자가 찾은 이마트 내 분유 코너에서는 판매원들조차 이 제품을 낯설어하는 분위기였다. “홍삼도 처음에 반짝하더니 요즘은 그저 그런데, 분유도 마찬가지 아니겠나”는 얘기까지 공공연히 할 정도였다.

반값 분유, 어떤 제품?

이마트 프리미엄 스마트 분유는 1·2·3단계로 구성되며, 한 캔에 1만 5400원이다. 가격면에서는 남양 ‘아기사랑’이나 매일유업 ‘매일맘마’ 라인과 같다. 하지만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파스퇴르의 ‘그랑노블’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으로 기획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 제품으로는 ‘임페리얼XO’를 겨냥한다. 이렇게 보면 타사 동급제품 대비 30~40% 저렴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제조사 측은 “병원과 산후조리원 등에 들어가는 마케팅 비용, 제품개발비용 등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주문받은 대로만 생산하면서 재고부담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격을 낮게 책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품질을 양보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2만 원대 초반~중반대를 샀던 소비자들은 파스퇴르 브랜드를 신뢰한다면 PNB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 비슷한 수준의 기획이라고 해도 유산균의 종류와 함량은 파스퇴르 NB 제품보다 더 적게 들어갔다는 점에서 제품 사양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19일 출시 예정인 롯데마트의 ‘귀한 산양분유’도 사양이 NB 제품과 다르다. 가격차는 1만 9000원. 시중에 판매되는 파스퇴르 ‘위드맘 산양분유’가 4만 9000원인 데 비해 PNB ‘귀한 산양분유’는 3만 원이다.

제품 성분을 보면 ‘위드맘 산양분유’가 생(生)유산균 함유를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귀한 산양분유’는 유산균에 관한 언급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1·2·3 단계 모두 DHA와 아라키돈산 함량을 각각 12㎎으로 높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산양유 함량은 ‘위드맘 산양분유’보다 미미하게 적지만 거의 비슷하게 맞췄다. 하지만 일동후디스나 아이배냇 제품이 뉴질랜드 현지에서 얻은 산양유로 완제품을 만든 뒤 들여오는 데 비해 파스퇴르는 유럽산 탈지산양분유를 들여와 국내서 제조하는 방법을 쓰고 있어 1, 2위 업체와의 차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일동후디스가 75%로 1위, 아이배냇은 12.5%로 2위다.

소비자 마음 열릴까?

롯데마트는 이번 산양유 출시에 대해 “2~3만 원대 분유를 고르던 소비자들도 산양분유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마트 측의 집계에 따르면 전체 분유 매출 중 5만 원대의 산양분유는 10%를 차지하고, 나머지 90%는 젖소 우유다. 3~4만 원대 21%, 2~3만 원대 65.8%, 2만 원 미만은 3.2% 등이다. 따라서 명목상의 취지는 그동안 산양분유가 비싸서 망설였던 소비자들도 적은 부담으로 구입할 수 있는 산양 제품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소위 ‘프리미엄의 대중화’다.

그러나 한편으로 1만 9000원이라는 가격 차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분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형마트의 유통마진이 보통 30%에 달하기 때문에 40%까지 가격을 낮추는 일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도 작년 12월 발표한 자료에서 대형마트가 품목에 따라 출고가의 30~40% 이상을 유통마진으로 취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반값 분유에 대해 소비자들은 아직 그다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다. 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파스퇴르의 인지도 때문에 한번 고려는 해보겠지만 NB 제품과 똑같지 않다면 사고 싶지 않다는 의견을 표하는 경우도 다수였다.

마트에 아기와 함께 나온 이지민(34, 여, 서울 구로동) 씨는 “아기가 먹었을 때 배탈이 나지 않는지가 엄마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이라며 “병원·조리원에서부터 먹이던 브랜드를 유지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가 아니면 굳이 분유를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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