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서명·국회비준 후 내년 7~8월 발효

한국과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이 15일 가성명되면서 세계 최대 경제권인 유럽 27개 나라가 우리나라 기업의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허경욱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한-EU FTA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규모보다 큰 시장을 형성해 우리 기업들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효과가 있다”며 “우리나라 국가 인지도와 국제적 협상력도 함께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동근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한-미 FTA에 이어 세계 1위 경제권인 EU와 FTA를 하면 교역확대뿐만 아니라 우리 산업 경쟁력강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한-EU FTA가 발효 시, 양측 간 교역액이 연 47억 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와 디지털 가전, 섬유, 석유화학 분야 수출이 증가되고 기계, 정밀화학 분야는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 한-EU FTA에 따른 산업별 기상도. ⓒ천지일보(뉴스천지)

◆EU와의 자유무역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나

자동차는 10%에 이르는 높은 관세로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히지만 현지생산으로 단기적인 수출증가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섬유는 편직물과 중저가 의류 중심으로 수출이 증가하겠으나 고가 브랜드 의류, 모사와 같이 고부가가치 직물은 수입이 늘 것으로 예측됐다.

정밀화학은 염료와 계면활성제 등 널리 쓰이는 제품 중심으로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으나 의약품과 화장품 분야는 수입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전자제품은 TV, 디스플레이, 음향기기 등 기존의 높은 관세 품목 위주로 수출이 확대되겠으나 철강제품은 이미 관세가 없어 직접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는 무역조정지원제도와 사업전환지원제도를 활용해 한-EU FTA에 따른 수입 증가로 피해를 입는 기업에 대해 예산 503억 원을 들여 상담서비스와 융자를 제공할 계획이다. 업종을 바꾸는 중소기업에는 1175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계, 화학 등 EU 업체들에 비해 경쟁력이 취약한 부문에선 연구개발(R&D)을 지원하고 유럽 국가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시장진출 전략을 세울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부품소재, 기계, 항공우주 등 유럽지역의 10대 투자유치 역점분야를 골라 R&D 센터 유치를 추진하고 소재산업 발전대책 등 우리 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국내 양돈·낙농농가 피해 연간 3천억 원 이상

한-EU FTA 체결 시 우리나라 산업 중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분야는 축산·농업이다.
민감한 품목인 쌀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당초에 제외됐으나 양 측은 돼지고기에 대해서는 10년 내에 관세를 철폐키로 의견을 모았다.

돼지고기의 경우 EU가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30%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 들어올 시 지금까지는 관세 25%가 붙어 수입돼왔다. 그러나 FTA가 발효되면 냉동삼겹살은 10년 안, 나머지 부위는 5위 안에 관세가 해제된다.

유럽산 와인은 발효 즉시, 분유와 치즈도 각각 10년과 15년 후엔 관세가 폐지된다. 관세가 완전히 없어지는 15년 뒤, 국내 양돈과 낙농농가 피해 규모는 연간 3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내년에 958억 원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에도 수입 증가로 피해를 보는 품목에 대해서는 정부가 FTA 피해보전 직불금 또는 폐업보상금을 지원키로 했다.

◆내년 7~8월 발효

한-EU FTA 협정문 가서명 이후, 총 1000쪽에 달하는 협정문 번역작업이 진행된다. 27개 회원국인 EU 공식 언어는 총 23개 언어로 이뤄져 협정문 번역작업이 3~4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협정문 번역작업까지 마무리하면 국회 비준동의절차를 거쳐 내년 1분기에 정식서명 하고 내년 7월 발효를 목표로 후속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U 측은 27개 회원국 대표로 구성된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협정문에 정식서명할 수 있다. 현재 EU 측은 정식서명을 위해 회원국 간에 의견을 조율 중이다.

이혜민 FTA 교섭대표는 “한-미 FTA처럼 서명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발효를 못하고 있고 발효시기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못하는 그런 상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한-EU의 입장”이라며 내년 중으로 발효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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