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사)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사랑합니다, 붉은악마 여러분!” 분단시대의 아픔을 겪으며 통합의 시대를 갈망하는 우리 세대에 붉은악마는 말 그대로 통합과 단결의 롤모델이다. 둥근 축구공 하나에 통일의 구심점을 두고 수백, 수천만 명이 열광하는 그 위대한 비결은 무엇일까. 통일을 이루고자 노심초사하는 분단시대의 모든 군상들에게 붉은악마는 해답을 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에 오늘 칼럼주제로 붉은악마를 선택했다. 또 붉은악마 여러분이 축구에 열광하듯 통일에도 뜨겁게 열광하고 앞장서 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붉은악마는 초기 결성 당시에는 붉은악마라고 하지 않고 가칭 ‘그레이트 한국 서포터스 클럽(Great Hankuk Supporters Club)’으로 부르다 PC통신 게시판으로 정식 명칭을 공모해 1997년 8월 현재의 명칭으로 확정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이전까지는 모든 축구팬을 서포터화하기 위해 ‘온 국민의 붉은악마’를 지향했으나, 독일월드컵 이후에는 가입 회원을 위주로 운영되는 정통 서포터즈 단체를 추구하고 있다.

명칭을 붉은악마로 정한 것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당시 한국대표팀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4강에 오르자, 당시 외국 언론들이 한국 대표팀을 ‘붉은 악령(Red Furies)’ 등으로 부르며 놀라움을 표시한 데서 유래한다. 그러나 이 표현이 우리말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붉은악마’로 표기됐고, 영문 역시 좀 더 일반적인 단어인 ‘Red Devils’로 바뀌어 쓰이게 됐다. 따라서 이 붉은악마라는 이름 속에는 당시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처럼 한국대표팀이 세계 축구 정상의 반열에 오르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 트레이드마크는 치우천왕(蚩尤天王)이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축구문화를 개발하고 저변을 확대하며, 건강한 여론을 형성해 한국 축구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목적이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순수한 단체로서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자본과 권력의 간섭을 배제한다. 회원은 국가대표팀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하지 않더라도 경기장에 붉은 색 옷을 입고 오는 사람이면 모두가 붉은악마가 된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온·오프라인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서 소개되는 각종 모임, 즉 자치단체 또는 가맹단체에 가입하면 자연스럽게 회원이 되며, 소정의 절차에 따라 모임을 만들어 가입할 수도 있다.

1995년 결성 당시 경기장을 찾는 붉은악마의 숫자는 50명을 넘지 않았으나, 2002년부터는 5000여 명이 훨씬 넘는 회원이 국가대표 경기장을 찾기 시작했다. 회원 수 역시 결성 당시에는 200명에도 미치지 못하였으나, 2002년에는 12만 명에 달하는 회원이 가입했고 2006년에는 홈페이지 가입자 수가 약 30만 명까지 늘어났으며 활동 중인 회원 수는 7만 명에 이른다. 축구가 21세기 문명의 절정기인 오늘 우리 국민들이 누리는 스포츠의 최고 즐거움이라면, 통일은 단군 이래 7천만 민족이 맞이하게 될 최대의 축복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최대의 축복 앞에서 좌절하고 우물쭈물하고 있는가. 올바른 지도자가 없고 역동적인 리더그룹이 통일 최전선에 부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통일이 가져다 줄 역동적인 반대급부를 외면하고 있는 것도 원인이라면 원인 아닐까.

독립운동기에 우리 민족은 단결의 구심점이 없었고, 발톱까지 무장한 일제에게 저항할 한 자루의 총이 아쉬웠다. 그런데 오늘 통일운동기는 어떤가. 우리는 북한의 국력에 비해 38배 앞선 선진국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남쪽의 인구는 북쪽에 비해 배가 넘는다. 또 2만 6천 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대한민국을 선택했다. 만약에 북한이 이런 입장이라면 그들은 벌써 통일의 대포를 쏘아 올렸을 것이다. 붉은악마들이여! 그대들이 축구를 통해 단결과 통합의 폭풍을 일으키듯 이제 국민에게 통일의 불바람을 한번 일으켜보시라. 역사는 여러분을 분명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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