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8월 17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이 예정된 충남 서산 해미순교성지는 특히 생매장 순교지로 유명한데, 한국천주교 초기에 충청도 각지에서 끌려온 천주교 신자 1000명 이상이 생매장 당한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내포지역 박해의 중심지 여숫골‧해미읍성

[천지일보=정현경 기자] 오는 8월 14~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국 방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984년과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이후 25년 만의 교황 방문이기도 하고, 파격적 행보와 소탈한 모습으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나라에 오기 때문이다.

교황청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밝힌 공식 방한 목적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이다. 교황은 입국 다음 날인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충남 당진 솔뫼성지를 찾는다. 이어 17일에는 아시아 주교회의 참석을 위해 충남 서산 해미성지를 방문하고 해미읍성에서 아시아 청년대회 폐막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당진, 서산, 홍성, 예산 등 충남 북서쪽 평야지대인 내포지방은 한국천주교에 있어 각별한 곳이다. 내포(內浦)는 바다가 뭍으로 휘어들어간 부분으로 예로부터 물과 통하는 지역이라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프랑스 사제들은 바닷길을 따라 내포지역으로 들어와 천주교 교리를 널리 퍼트렸다. 신자가 많았던 만큼 박해도 컸던 곳이다.

한국천주교 초기 순교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해미성지를 미리 찾아가 봤다.

▲ 해미성지 내 기념관 벽에 새겨진 초기 천주교 신자들의 박해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100여년간 박해가 이어지던 곳

한국천주교의 초기 100년은 실로 박해와 순교의 역사였다. 최초의 박해사건인 신해박해(辛亥迫害, 1791년, 정조 15년)는 이번에 시복되는 윤지충과 권상연이 북경 주교의 가르침을 따라 제사를 폐지하고 조상을 상징하는 위패를 불살라 관헌에 체포돼 사형을 당한 사건이다.

그 후 한국교회 최초의 선교사인 주문모(중국)를 비롯해 이승훈, 정약종 등이 사형된 신유박해(辛酉迫害, 1801년, 순조 1년),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를 처형한 병오박해(丙午迫害, 1846년, 헌종 12년) 등이 있었고, 가장 오랫동안 전국적으로 지속됐던 병인박해(丙寅迫害, 1866년, 고종 3년) 때는 프랑스 외방전교회 출신 선교사 12명 중 9명이 처형됐다. 이 때 천주교 신자는 대략 8000명에서 1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대부분은 무명 순교자이다.

천주교 박해는 내포 지역이 심했는데 당시 해미현에 군사를 거느린 무관영장이 지역통치를 겸한 막강한 권력을 남용해 중앙의 시책과는 무관하게 박해를 가했다. 충남 서산에 있는 해미성지와 해미읍성은 천주교 박해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다.

해미순교성지는 특히 생매장 순교지로 유명하다. 당시 내포지역 천주교 신자들은 사약, 몰매질, 교수형, 참수형 등을 당했는데 생매장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개울 한가운데에 있던 둠벙에 죄인들을 꽁꽁 묶어 물속에 빠뜨려 죽이는 수장 방법도 사용됐다. 해미성지에는 발굴된 유해를 전시해놓은 기념관과 진둠벙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해미읍성은 3000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받던 곳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당시 끌려오던 교인들이 “예수, 마리아”를 외치는 것을 사람들이 ‘여수머리’로 알아들어 ‘여숫골’로 불렀다는 이곳은 당시 충청도 각지에서 끌려온 천주교 신자 1000명 이상이 생매장 당한 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이 중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는 132명에 불과하며,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인 김진후, 인언민, 이보현 등 3명이 이번에 시복된다.

근처에 있는 해미읍성(海美邑城, 사적 제116호)은 조선시대에 건축된 성 중에서 보존 상태가 상당히 양호해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이다. 또한 3000여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박해로 처형당한 순교 성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

성 안에는 천주교 신자를 가두고 고문했던 옥사가 남아 있다. 이 감옥터에는 손발을 묶이고 머리채를 묶인 교인들이 매달려 고문대로 쓰이던 호야나무가 지금도 남아 있다.

한국천주교회 중요 성지가 모여 있는 내포 일대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문함에 따라 세계에서 많은 순례객이 모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해당 지자체는 관련 시설을 정비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 해미읍성 안에 보존돼 있는 옥사의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